응급실에서 숨쉬기가 너무 힘들다며 실려 온 심부전 환자에게 라식스 주사를 투약하고 나서, 한두 시간 뒤 소변이 콸콸 나오면서 환자가 "이제 좀 숨 쉬겠다"고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저도 그 장면을 처음 봤을 때 이뇨제 하나가 이렇게까지 드라마틱하게 작용한다는 사실에 꽤 놀랐습니다. 그런데 막상 약을 투약하면서도 이 약이 왜 효과를 내는지, 왜 나트륨과 칼륨 수치를 그렇게 자주 확인해야 하는지 처음엔 잘 몰랐습니다. 오늘은 현장에서 가장 자주 쓰이는 이뇨제 두 가지, 라식스(푸로세미드)와 알닥톤(스피로노락톤)을 제가 직접 경험한 사례와 함께 정리해 보겠습니다.루프 이뇨제란 무엇인가 — 라식스가 어디서 어떻게 작용하는가라식스의 성분명은 푸로세미드(Furosemide)입니다. 이 약을 루프 이뇨제(Loop D..
응급실에서 근무하다 보면 하루에도 수십 번씩 CRP 수치를 들여다봅니다. 열이 나는 환자, 극심한 복통을 호소하는 환자, 구토와 설사가 멈추지 않는 환자—이들의 혈액 검사 결과지에서 제가 가장 먼저 확인하는 항목 중 하나가 바로 CRP입니다. 숫자 하나가 이 사람이 지금 얼마나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는지를 말해주기 때문입니다.CRP가 뭔지 알면 혈액검사 결과지가 달리 보입니다CRP, 즉 C-반응성 단백(C-Reactive Protein)은 우리 몸에 염증이 생겼을 때 간에서 만들어져 혈류로 분비되는 급성기 반응 물질입니다. 여기서 '급성기 반응 물질'이란 염증이나 감염이 시작된 직후부터 수 시간 안에 혈중 농도가 빠르게 올라가는 단백질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몸속 어딘가에서 불이 났을 때 가장 먼저 연기..
운동을 열심히 해온 사람이 하지정맥류에 걸릴 수 있을까요? 저희 아버지를 보기 전까지는 저도 막연히 "운동 안 하는 사람 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젊었을 때 꽤 활동적이셨는데도 혈관이 구불구불 튀어나와 있는 걸 보고 나서야, 이건 생활 습관 하나로 설명이 안 되는 질환이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판막이 망가지면서 시작되는 혈액 역류 문제, 그리고 치료법마다 결이 다른 장단점을 직접 따져봤습니다.판막 손상이 만드는 연쇄 반응, 생각보다 단계적입니다하지정맥류의 본질은 혈관이 튀어나오는 것 자체가 아닙니다. 핵심은 판막(valve) 손상입니다. 판막이란 정맥 내부에 촘촘하게 달린 일방통행 문 같은 구조물로, 다리에서 심장 방향으로 피가 올라갈 때 중간에 미끄러져 내려오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직립보행을..
녹슨 못에 살짝 긁힌 것뿐인데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면 믿어지십니까?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응급실에서 일하면서 작은 상처로 내원하는 환자를 수도 없이 봐왔는데, 파상풍 예방주사를 빠뜨리고 넘어갔다가 어떤 결과가 생길 수 있는지 제대로 정리해두고 싶었습니다.작은 상처가 왜 치명적인가 — 파상풍의 배경솔직히 이건 처음 배울 때 예상 밖이었습니다. 파상풍(Tetanus)이라는 질병이 어마어마한 대형 사고가 아니라, 대부분 아주 작은 상처에서 시작된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상처가 클수록 빨리 병원을 찾으니까 오히려 처치가 빠릅니다. 문제는 못에 살짝 찔렸다거나 넘어지면서 생긴 찰과상처럼 "이 정도야 괜찮겠지" 싶은 상처들입니다.파상풍균(Clostridium tetani)은 특별..
국내 30세 이상 성인 중 당뇨병 전 단계 이상에 해당하는 비율이 무려 55%에 달합니다. 응급실에서 근무하다 보면 저혈당으로 실려 오는 환자를 정말 흔하게 보는데, 그 숫자를 직접 마주할 때마다 '혈당 관리는 당뇨 환자만의 문제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혈당 스파이크, 왜 일어나는 걸까밥을 먹고 나면 혈당이 오르는 건 정상입니다. 문제는 그 폭이 지나치게 클 때입니다.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조영민 교수는 식전 혈당 대비 50mg/dL 이상 상승하거나, 절대 수치로 140mg/dL을 초과하면 혈당 스파이크로 볼 수 있다고 정의합니다(출처: 서울대 의대 유성호 교수 채널).혈당 스파이크란 혈액 속 포도당 농도가 단시간에 급격히 치솟았다 떨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학술 용어가 아니라 연속 혈..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부지런한 사람이고, 늦게 자는 사람은 게으른 사람일까요? 응급실 3교대 간호사로 일하면서 그 공식이 얼마나 틀렸는지 몸으로 확인했습니다. 수면은 의지나 습관이 아니라 유전자에 새겨진 생체 리듬의 문제입니다. 제 경험과 수면 과학을 함께 놓고 검증해봤습니다.수면유형 — 아침형과 저녁형은 의지로 바꿀 수 없습니다일반적으로 늦게 자는 사람은 연습하면 아침형으로 바꿀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한때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경험해보니 이건 완전히 다른 문제였습니다.사람마다 타고난 서캐디언 리듬(Circadian Rhythm)이 있습니다. 여기서 서캐디언 리듬이란 약 24시간을 주기로 체온, 호르몬 분비, 각성 수준이 자동으로 오르내리는 신체의 내부 시계를 의미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