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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열심히 해온 사람이 하지정맥류에 걸릴 수 있을까요? 저희 아버지를 보기 전까지는 저도 막연히 "운동 안 하는 사람 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젊었을 때 꽤 활동적이셨는데도 혈관이 구불구불 튀어나와 있는 걸 보고 나서야, 이건 생활 습관 하나로 설명이 안 되는 질환이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판막이 망가지면서 시작되는 혈액 역류 문제, 그리고 치료법마다 결이 다른 장단점을 직접 따져봤습니다.

판막 손상이 만드는 연쇄 반응, 생각보다 단계적입니다
하지정맥류의 본질은 혈관이 튀어나오는 것 자체가 아닙니다. 핵심은 판막(valve) 손상입니다. 판막이란 정맥 내부에 촘촘하게 달린 일방통행 문 같은 구조물로, 다리에서 심장 방향으로 피가 올라갈 때 중간에 미끄러져 내려오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직립보행을 하는 인간의 구조상 다리의 피는 중력을 거스르며 위로 올라와야 하는데, 이 판막이 제 기능을 잃으면 피가 역류하면서 다리 아래쪽에 고이기 시작합니다.
제가 이 구조를 이해하고 나서 아버지 다리를 다시 봤을 때, 단순히 "혈관이 못생겨진 것"이 아니라는 게 확 와닿았습니다. 튀어나온 혈관은 결과물이지, 원인이 아닌 겁니다. 실제 주범은 대복재정맥(great saphenous vein) 또는 소복재정맥(small saphenous vein)에서 일어나는 역류입니다. 대복재정맥은 허벅지와 종아리 안쪽을 타고 올라가는 굵은 정맥이고, 소복재정맥은 종아리 뒤 정중앙을 지나는 정맥입니다. 이 두 혈관이 문제를 일으키면 거기서 뻗어나간 잔가지 전체가 영향을 받습니다.
만성 정맥 질환의 진행은 단계별로 구분됩니다. 초기에는 모세혈관 확장증이나 망상 정맥처럼 가는 혈관이 피부 위로 비칩니다. 2단계에서는 직경 3mm 이상의 혈관이 구불구불 튀어나오는데, 이게 우리가 흔히 부르는 하지정맥류입니다. 3단계는 저녁이 될수록 다리가 붓는 하지 부종이 나타나고, 4단계 이상부터는 피부 색소 침착, 궤양으로 이어집니다. 다만 이 단계가 꼭 순서대로 진행되는 건 아닙니다. 아버지의 경우 육안으로 확인되는 혈관 돌출은 뚜렷한데 부종은 거의 없는 편이라, 단계 순서보다 각 증상의 심각도를 개별적으로 봐야 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증상으로는 종아리나 발목의 무거움, 피로감, 저림, 야간 종아리 경련 등이 대표적입니다. 특이한 패턴이 있는데, 아침에는 괜찮다가 오후로 갈수록 심해집니다. 하루 종일 서 있거나 앉아 있으면 피가 점점 아래로 고이기 때문입니다. 걷기 시작하면 잠깐 호전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종아리 근육이 수축하면서 고여 있던 피를 일시적으로 밀어내기 때문인데, 이걸 보고 "걸으면 낫는다"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순간적인 개선일 뿐입니다.
진단의 표준은 실시간 혈관 초음파입니다. 다리를 쥐어짜고 놓았을 때 파형이 역방향으로 크게 나타나면 역류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이 검사를 의사가 직접 시행하는 병원인지 여부가 신뢰도를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출처: 약학정보원에 따르면 하지정맥류는 여성, 고령, 비만, 장시간 기립 직업군에서 발생 위험이 높으며 유전적 요인도 크게 작용합니다. 아버지의 경우를 돌이켜보면 유전 요인이 꽤 강하게 작용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 판막 손상 → 정맥 역류 → 혈액이 다리 아래에 고임 → 하지정맥류 발생
- 원인 혈관은 대복재정맥 또는 소복재정맥인 경우가 대부분
- 증상은 오전보다 오후·저녁에 심해지는 패턴이 전형적
- 진단은 혈관 초음파가 기준, 의사가 직접 시행하는지 확인 권장
- 여성 호르몬·임신·유전·비만·장시간 기립이 주요 위험 인자
치료법 비교와 심부정맥혈전, 제가 더 무섭다고 느낀 쪽
치료법이 이렇게나 많다는 게 처음엔 의아했습니다. 하나가 압도적으로 좋으면 그것만 남았을 텐데, 여섯 가지가 동시에 쓰이고 있다는 건 각각 결이 다른 장단점이 있다는 뜻입니다. 제가 공부하면서 정리한 방식으로 설명해보겠습니다.
1세대는 발거술(stripping)입니다. 피부를 절개하고 굵은 철사 기구로 혈관을 물리적으로 뽑아내는 방식입니다. 역사가 100년이 넘었고, 보험 적용이 가능해 비용이 낮습니다. 다만 흉터와 멍, 혈종 위험이 있고 종아리 쪽은 신경과 혈관이 붙어 있는 구조 때문에 적용이 어렵습니다. 2세대는 열 치료로 레이저와 고주파(RF) 방식이 있습니다. 주삿바늘로 혈관 안에 기구를 넣어 고온의 열로 내부에서 혈관을 지지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팽창 마취(tumescent anesthesia)가 필수적으로 들어가는데, 팽창 마취란 치료 혈관 주변에 국소마취제가 포함된 생리식염수를 충분히 주입해 열이 주변 조직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기술입니다. 이 마취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신경 손상을 포함한 주변 조직 화상이 생길 수 있어서, 시행 경험이 중요합니다.
3세대는 비열 치료입니다. 열을 쓰지 않기 때문에 종아리 쪽 혈관 치료가 가능하다는 게 핵심 차이입니다. 베나실(VenaSeal)은 시아노아크릴레이트(cyanoacrylate)라는 생체 접착제를 혈관 내부에 주입해 완전히 막아버리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혈관 안을 순간접착제로 메우는 것입니다. 효과는 좋지만 약 20%,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납니다. 대부분 경증으로 시술 부위 피부가 붉어지고 가렵다가 소실되지만, 발생 여부를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입니다. 평소 알레르기 체질이라면 선택에 신중함이 필요합니다.
클라리베인(ClariVein)과 플레보그립(Flebogrif)은 기계 화학적 방식입니다. 기계적으로 혈관 내벽에 상처를 주면서 동시에 혈관 경화제(sclerosant)를 뿌려 혈관을 망가뜨리는 방법입니다. 혈관 경화제란 혈관 내벽을 화학적으로 손상시켜 폐쇄를 유도하는 약물입니다. 클라리베인은 약물을 액체 그대로 쓰고, 플레보그립은 공기와 혼합한 거품(foam) 형태로 사용해 소량으로도 더 넓은 면적에 효과를 냅니다. 치료해야 할 혈관이 긴 경우 플레보그립이 약물 총량을 줄일 수 있어 상대적으로 유리합니다. 공통 단점은 시술 후 수개월간 피부 색소 침착과 혈전성 정맥염(thrombophlebitis)으로 인한 통증이 생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혈전성 정맥염이란 혈관이 망가지는 과정에서 생긴 혈전이 혈관 벽에 염증을 일으키는 상태로,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호전됩니다.
제가 공부하면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하지정맥류 자체보다 심부정맥혈전증(DVT, Deep Vein Thrombosis)이 훨씬 더 무서운 상태라는 것입니다. 심부정맥혈전증이란 다리의 깊은 정맥 안에 혈전(피떡)이 생겨 혈관을 막는 상태로, 응급실에서 한쪽 다리가 코끼리처럼 부어 온 환자를 보면 이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 혈전이 떨어져 나가 폐동맥을 막으면 폐색전증으로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습니다. 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장시간 비행이나 수술 후 부동 상태가 심부정맥혈전증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힙니다. 하지정맥류 시술 금기 중에 심부정맥혈전증이 포함되어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깊은 정맥이 이미 막혀 있는 상태에서 표재 정맥까지 건드리면 혈액 순환 자체가 위험해지기 때문입니다.
보존적 치료는 완치가 아닌 관리에 초점을 맞춥니다. 정맥 순환 개선제와 의료용 압박 스타킹이 양대 축입니다. 아버지는 오래 앉아 있거나 활동량이 많은 날에 압박 스타킹을 착용하시는데, 시중에서 파는 것보다 의사 처방으로 받은 20mmHg 이상의 의료용이 효과 면에서 확연히 다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생각보다 중요한 차이입니다. 착용감도 오히려 의료용이 더 낫고, 가격도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그래서 아버지 것을 한 켤레 더 주문해드리려고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운동을 많이 해도 하지정맥류가 생기나요?
A. 생깁니다. 하지정맥류의 핵심 원인은 판막 손상과 유전적 요인이기 때문에, 운동량만으로 발생 여부를 결정짓기 어렵습니다. 저희 아버지처럼 활동적인 분도 하지정맥류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종아리 근육 운동은 혈액을 심장 쪽으로 밀어올리는 보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전혀 안 하는 것보다는 분명히 낫습니다.
Q. 족욕이나 반신욕이 하지정맥류에 도움이 되나요?
A.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하지정맥류는 혈관이 이미 늘어난 상태인데, 뜨거운 물에 오랫동안 담가두면 혈관이 더 이완되면서 상태가 악화될 수 있습니다. 잠깐 따뜻하게 풀리는 느낌에 속지 않는 게 좋습니다. 대신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올리고 15분 정도 쉬는 것이 고인 혈액을 빼내는 데 실질적으로 더 효과적입니다.
Q. 하지정맥류 시술 후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한가요?
A. 대부분의 시술에서 당일 퇴원 또는 다음 날부터 일상생활이 가능합니다. 발거술처럼 혈관을 직접 뽑아내는 방식은 하루 정도 안정을 취하는 것이 권장되고, 베나실을 제외한 모든 시술은 1~2주간 압박 스타킹을 꾸준히 착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릅니다. 그 점에서 베나실은 시술 후 압박 스타킹 착용 의무가 없다는 게 실생활에서 상당한 차이입니다.
Q. 하지정맥류와 심부정맥혈전증은 어떻게 구별하나요?
A. 가장 큰 차이는 부종의 패턴과 통증의 강도입니다. 하지정맥류로 인한 부종은 아침에 빠졌다가 저녁에 심해지는 패턴을 보이지만, 심부정맥혈전증은 아침에도 붓기가 잘 가시지 않고 갑작스러운 심한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쪽 다리만 급격히 붓거나 걷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면 하지정맥류보다 혈전증 가능성을 먼저 의심하고 빠르게 진료를 받는 것이 맞습니다.
결론
아버지를 보면서 제가 내린 결론은 하나입니다. 하지정맥류는 암처럼 급박하게 결정을 서둘러야 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방치했을 때 어디까지 진행될 수 있는지는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피부 궤양이나 심부정맥혈전증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분명히 존재하고, 그 경계를 넘어가기 전에 혈관외과 전문의에게 초음파 검사를 받아두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봅니다.
치료법은 발거술부터 플레보그립까지 선택지가 넓고, 각각의 장단점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하나가 무조건 낫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최소 세 가지 이상의 치료법을 갖춘 병원에서 초음파를 의사가 직접 보면서 상담하는 환경이 중요합니다. 겁을 주며 빠른 결정을 유도하는 분위기라면 다른 곳에서 한 번 더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천천히 정보를 모아서 결정해도 늦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