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방광염으로 응급실에 오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소변이 좀 불편한 거 가지고 응급실까지?' 라고 생각했거든요. 그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직접 겪어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선홍빛 혈뇨가 나오는 순간, 저는 지체 없이 택시를 잡았습니다.응급실에서 알게 된 것들 — 제 방광염 경험담처음엔 그냥 소변 색이 조금 뿌옇다 싶었습니다. '내일 병원 가면 되겠지' 하고 넘겼는데, 몇 시간 만에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소변을 볼 때마다 찌릿찌릿한 통증이 왔고, 막상 보러 가면 양은 거의 없는데 또 마렵습니다.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면서 배까지 땡기기 시작했습니다.그러더니 소변 색이 분홍빛으로 변하고, 결국엔 선홍빛 빨간색 혈뇨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저는 직감했습니다. '이건 내일까지 ..
야식 먹고 다음 날 아침부터 또 밥 챙겨 먹는 날이면 왜인지 몸이 무겁고 머리가 멍한 느낌이 듭니다. 반대로 전날 저녁을 가볍게 마치고 아침을 건너뛴 날에는 몸이 한결 가볍고 머리도 맑습니다. 간호사로 일하면서 막연히 "공복이 몸에 좋다"고 느껴왔는데, 오토파지라는 개념을 제대로 파고들었을 때 그 감각이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굶으면 세포가 스스로를 청소한다는 것, 어디까지 사실일까오토파지(Autophagy)란 세포가 내부의 손상된 부품을 스스로 분해하고 재활용하는 현상입니다. 여기서 오토파지란 그리스어로 '자기 자신을 먹는다'는 뜻으로, 세포 단위의 자가 청소 시스템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 현상을 최초로 실시간 관찰하고 그 유전자를 규명한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는 2016..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제일 먼저 끊는 게 탄수화물입니다. 저도 한동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응급실 간호사로 일하면서, 그리고 복싱을 시작하면서 직접 겪어보니 얘기가 달랐습니다. 공복으로 나간 복싱 수업에서 몸이 망가지듯 무너지는 느낌을 받고 나서야 탄수화물이 왜 필요한지 몸으로 먼저 이해하게 됐습니다.공복 복싱의 교훈 — 포도당이 에너지의 핵심인 이유밥 먹을 시간이 없어서 그냥 도장에 들어간 날이 있었습니다. 몸은 가볍다는 느낌이었는데, 막상 줄넘기 워밍업부터 뭔가 이상했습니다. 스텝이 뭉개지고, 미트를 칠 때 힘이 빠지고, 중반을 넘어가면서 어지러운 느낌이 계속 따라왔습니다. 루틴은 어떻게든 마쳤지만, 끝나고 나서 관장님이 한 마디 하셨습니다. "오늘 왜 이래요?" 그 한 마디가 꽤 오래 남았습니..
당뇨 진단을 받고도 정작 본인의 당화혈색소 수치를 모르는 분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습니다. 실제 대학병원 외래 당뇨 환자 249명을 조사한 결과, 당화혈색소가 뭔지 안다고 답한 비율은 고작 18%였습니다. 저는 응급실 간호사로 일하면서 이 숫자가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는 걸 매일 실감합니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이렇게까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응급실 현장에서 보면 더욱 선명하게 느껴집니다당뇨인데, 혈당 수치만 보고 있지는 않으신가요?얼마 전 친한 친구에게서 급하게 전화가 왔습니다. 친구 아버지가 보름 사이에 15kg 넘게 빠지고, 극심한 피로감에 몸을 가누기 힘들다고 동네 병원을 찾았는데 당 수치가 심각하게 높아 큰 병원으로 가라는 진료의뢰서를 받았다는 겁니다. 저한테 "우리 병원 응급실..
발가락 하나 때문에 응급실까지 온다는 게 과장처럼 들리시나요? 저는 응급실 간호사로 일하면서 그 장면을 꽤 자주 목격했습니다. 특히 30대 남성들이 발가락이 너무 아파서 걷지 못하겠다며 실려 오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은데, 그게 바로 통풍이었습니다.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그 병, 정작 원인은 발이 아니라 식탁 위에 있었습니다.왕들의 병이 왜 지금 30대에게 생길까요통풍은 역사 속 인물들, 나폴레옹, 알렉산더 대왕, 영국 헨리 8세, 루이 14세, 조선의 세종대왕에게서 발견되던 병이었습니다. 잘 먹고 움직이지 않는 귀족과 황제들이 주로 걸린다고 해서 '왕들의 병'이라 불렸는데, 고통이 워낙 극심해 '병들의 왕'이라는 별명도 함께 얻었습니다.실제로 조선시대 미라를 대상으로 엑스레이와 CT 검사를 진행한 연구..
두통이나 어지럼증이 느껴질 때 "뇌졸중 아닐까?" 걱정하신 적 있으신가요? 그런데 막상 뇌졸중에서 가장 먼저 의심해야 할 증상은 두통이 아닙니다. 응급실에서 직접 보면, 정작 위험한 순간에 엉뚱한 곳을 보다가 골든타임을 놓치는 분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습니다. 제가 응급 현장에서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뇌졸중을 제때 알아보는 법과 그 이후를 정리했습니다.뇌졸중이란 무엇인가 — 뇌경색과 뇌출혈은 사실 다른 병입니다많은 분들이 뇌졸중을 하나의 병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 뇌졸중(腦卒中)은 뇌경색과 뇌출혈을 합쳐서 부르는 포괄적 명칭입니다. 두 질환의 원인은 전혀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뇌세포가 갑자기 죽는다는 공통점 때문에 증상이 비슷하게 나타납니다.뇌경색(腦梗塞)이란 뇌로 가는 혈관이 막혀 혈액 공급이 끊기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