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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락 하나 때문에 응급실까지 온다는 게 과장처럼 들리시나요? 저는 응급실 간호사로 일하면서 그 장면을 꽤 자주 목격했습니다. 특히 30대 남성들이 발가락이 너무 아파서 걷지 못하겠다며 실려 오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은데, 그게 바로 통풍이었습니다.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그 병, 정작 원인은 발이 아니라 식탁 위에 있었습니다.



왕들의 병이 왜 지금 30대에게 생길까요

통풍은 역사 속 인물들, 나폴레옹, 알렉산더 대왕, 영국 헨리 8세, 루이 14세, 조선의 세종대왕에게서 발견되던 병이었습니다. 잘 먹고 움직이지 않는 귀족과 황제들이 주로 걸린다고 해서 '왕들의 병'이라 불렸는데, 고통이 워낙 극심해 '병들의 왕'이라는 별명도 함께 얻었습니다.

실제로 조선시대 미라를 대상으로 엑스레이와 CT 검사를 진행한 연구에서도 통풍의 흔적이 발견된 사례가 있습니다. 검사에서 통풍이 확인된 미라는 생전에 왕족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그만큼 통풍은 오래된 병이면서 동시에 먹는 것과 직결된 병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국내 통풍 환자는 2012년에서 2017년 5년 사이에만 49%가 증가했습니다(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특히 2, 30대 젊은 환자 수가 크게 늘었다는 통계는 더 이상 통풍이 중년 남성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제가 응급실에서 실제로 마주하는 통풍 환자들도 점점 젊어지고 있는 게 느껴졌습니다. 처음엔 저도 저렇게까지 아픈데 그동안 뭘 먹은 건지 의아했습니다.

요약: 통풍은 역사 속 귀족병이었지만, 현재는 30대에게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대사질환입니다.

 

요산수치가 왜 올라가는 건지 아시나요

통풍의 핵심은 요산(uric acid)입니다. 요산이란 단백질이 분해될 때 생성되는 퓨린(purine)이라는 물질의 최종 대사 산물로, 쉽게 말해 단백질 소화 과정에서 남는 찌꺼기입니다. 이 요산은 간에서 요소로 전환된 후 소변으로 배출되어야 정상인데, 간 기능이 떨어지거나 요산이 지나치게 많이 생성되면 혈액 속에 쌓이게 됩니다.

혈중 요산 농도가 지속적으로 높은 상태를 고요산혈증(hyperuricemia)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고요산혈증이란 혈액 내 요산 수치가 정상 기준인 6.0mg/dL을 초과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요산 수치가 6.0에서 6.9인 사람은 정상인 대비 통풍 발생 위험이 2.7배, 8.0에서 8.9이면 15배, 10 이상이면 무려 64배까지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NCBI, PubMed Central).

저와 가장 친한 남자친구의 건강검진 결과를 봤을 때 요산 수치가 7.6이 나왔습니다. 술도 거의 안 마시는 사람인데 왜 이렇게 높을까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탄산음료와 액상과당을 꽤 즐겨 마시고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단순히 퓨린 음식이나 맥주만 문제인 줄 알았는데, 액상과당도 요산 수치를 올리는 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요산이 쌓이면 별사탕 모양, 혹은 유리 파편처럼 날카로운 결정이 관절 사이에 자리 잡습니다. 그게 발가락을 안쪽에서 찌르고 있는 겁니다.

  • 퓨린 함량이 높은 음식: 동물의 간, 꽁치·고등어 등 등푸른 생선, 농축 육수
  • 요산 배출을 방해하는 것: 알코올(맥주·막걸리·포도주), 액상과당이 든 탄산음료
  • 잡곡밥·시금치·버섯·콩 등도 퓨린 함량이 높아 통풍 환자에게 불리할 수 있음
  • 요산 배출에 도움 되는 것: 충분한 수분 섭취, 알칼리수, 비타민 C 풍부한 과일, 식초, 저지방 유제품
요약: 요산은 퓨린 대사 산물로, 고요산혈증 상태가 지속되면 관절에 결정이 쌓여 통풍으로 이어집니다.

 

응급실에서 본 통풍 증상, 어디서 어떻게 나타날까요

제가 응급실에서 통풍 환자를 볼 때마다 드는 첫 번째 생각은 '발가락 하나 때문에 이렇게까지?'였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통증 호소를 들어보면 그게 과장이 아닙니다. 환자들은 건들기만 해도 소리를 지를 정도였고, 아직 손이 닿기도 전에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제 경험상 그 정도 통증이면 사랑니보다 몇 배는 강한 것 같았습니다.

통풍은 주로 엄지발가락, 발목, 무릎 관절 등에 급작스러운 염증 반응을 일으킵니다. 해당 부위가 붓고 빨개지며 열이 납니다. 통풍이 하지 관절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는 체온과 관련이 있는데, 심장에서 멀수록 말초 체온이 낮고, 온도가 낮을수록 요산 결정이 더 잘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엄지발가락이 가장 취약한 부위가 됩니다.

통풍성 관절염(gouty arthritis)이라는 표현도 쓰는데, 이는 요산 결정이 관절 내에 침착되어 급성 염증을 일으키는 상태를 말합니다. 단순 관절염과 증상이 비슷해 혼동하기 쉽지만, 차이는 극단적인 통증의 급작스러운 발생과 발적, 그리고 2~3일 후 거짓말처럼 사라지는 경과에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통증이 사라지면 많은 분들이 그냥 지나치고 만다는 점입니다. 방치하면 결절이 피부 밖으로 튀어나와 신발조차 신을 수 없는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응급실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피검사로 혈청 요산 수치(serum uric acid level)를 확인하고, 요산 배설 촉진제나 요산 형성 억제제를 투약해 증상을 완화하는 것뿐입니다. 근본 원인을 그 자리에서 해결할 방법은 없습니다. 저로서는 약을 드리면서 안타깝다는 마음이 드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요약: 통풍은 엄지발가락을 중심으로 극심한 급성 통증을 일으키며, 통증이 사라진다고 해서 나은 것이 아닙니다.

 

완치가 없는 병, 그러면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통풍은 현재까지 완치가 불가능한 질환입니다. 약으로 요산 수치를 일시적으로 낮추거나 급성 통증을 조절할 수는 있지만, 식습관과 생활 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재발은 반드시 옵니다. 요산 배설 촉진제와 요산 형성 억제제, 두 가지 약물 모두 장기 복용 시 부작용이 적지 않기 때문에 약만 믿는 것은 위험합니다.

통풍이 무서운 진짜 이유는 통증 자체보다 그것이 가리키는 방향에 있습니다. 통풍은 고혈압, 고혈당, 고지혈증, 고체중과 함께 제5의 대사증후군(metabolic syndrome)으로 분류됩니다. 여기서 대사증후군이란 혈관과 대사에 복합적으로 문제가 생긴 상태를 말하며, 방치하면 신부전이나 심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통풍 환자의 심혈관계 사망 위험은 정상인의 2배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액상과당이 통풍에 직접 작용한다기보다는, 당뇨·고지혈·고혈압 등 다른 대사질환을 악화시켜 결국 통풍 관리를 더 어렵게 만든다는 점에서 반드시 조절해야 하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관리의 핵심은 퓨린 섭취를 줄이고, 혈중 요산 수치를 낮게 유지하며, 그 상태를 지속하는 것입니다. 통풍 치료제와 면역 조절제를 함께 투여하면 치료 효과가 단독 투여(42%)에서 86%로 두 배 가까이 높아진다는 미국 미시간 의대 연구팀의 임상시험 결과도 있습니다. 단, 치료 방향은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해야 합니다. 제가 남자친구에게도 강조하는 것이 하나 있다면, 증상이 없어도 요산 수치가 높으면 이미 관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고요산혈증을 그냥 두는 것은 신장을 서서히 망가뜨리는 것과 같습니다.

요약: 통풍은 완치가 없으므로 식이 조절과 생활습관 개선으로 요산 수치를 꾸준히 낮게 유지하는 것이 유일한 관리법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요산 수치가 높은데 증상이 없으면 그냥 둬도 되나요?

A. 증상이 없다고 안심하기 어렵습니다. 고요산혈증 상태가 지속되면 요산 결정이 신장에 침착되어 신장 기능 이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요산 수치 7.6이었던 제 남자친구도 증상은 없었지만, 식이 조절을 시작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수치가 높다면 생활습관을 돌아볼 시점입니다.

 

Q. 소주나 무알코올 맥주는 통풍에 괜찮지 않나요?

A. 알코올은 소변으로 배출되려던 요산을 다시 혈액으로 끌어당기는 역할을 합니다. 소주도 예외가 아닙니다. 무알코올 맥주는 알코올 문제는 덜하더라도 맥주 자체의 퓨린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통풍 환자에게는 권장하기 어렵습니다. 술의 종류보다 술 자체를 줄이는 방향이 맞습니다.

 

Q. 통풍에는 잡곡밥이 더 좋지 않나요?

A. 일반적으로 잡곡밥이 건강에 더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통풍에 한해서는 오히려 백미가 유리합니다. 도정이 덜 된 현미나 잡곡은 퓨린 함량이 높고 소화도 느려 장에 오래 머물기 때문에 통풍 환자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Q. 통풍 증상이 2~3일 만에 사라지면 나은 건가요?

A. 아닙니다. 통풍의 급성 통증은 2~3일 안에 거짓말처럼 가라앉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증상이 소실된 것이지 원인이 해결된 것이 아닙니다. 이 패턴을 반복하다 보면 관절 변형이 생기거나 신장 기능이 서서히 손상됩니다. 통증이 사라진 시점이 오히려 식습관을 바꿀 결정적인 타이밍입니다.

 

결론

응급실에서 통풍 환자를 볼 때마다 저는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듭니다. 저 통증이 얼마나 극심할까 하는 안타까움과, 이 분이 약을 받아 가신 뒤 정말 식단을 바꿀까 하는 걱정입니다. 실제로 같은 분이 몇 달 뒤 다시 오시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통풍은 완치가 없는 질환이고, 약은 증상을 억누를 뿐 원인을 없애지 못합니다. 퓨린이 높은 음식과 알코올을 줄이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며, 혈중 요산 수치를 꾸준히 확인하는 것이 지금으로선 가장 현실적인 관리법입니다. 고요산혈증 단계에서부터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 그게 신장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pPLEK5sh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