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서 일하다 보면 임신 수치는 올라가는데 초음파에서 아기집이 보이지 않아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실려 오는 환자를 마주하게 됩니다. 저도 그 순간마다 직감적으로 알게 됩니다. '자궁외임신일 수 있겠다'고요. 임신을 준비 중인 입장에서 이 질환은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실제로 어떻게 발생하고, 어떻게 진단하며, 치료는 어떤 기준으로 결정되는지 제가 현장에서 보고 공부한 내용을 솔직하게 정리해 봤습니다.자궁외임신, 왜 생기는 걸까요?자궁외임신(ectopic pregnancy)이란 수정란이 자궁 내막이 아닌 다른 위치에 착상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여기서 착상이란 수정란이 자궁 내막에 파고들어 임신을 유지하는 과정인데, 이것이 엉뚱한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입니다.정상적인 과정이라면, 배란된 난자를 나팔관이..
솔직히 저는 제 몸 안에 4cm짜리 혹이 있다는 걸 전혀 몰랐습니다. 건강검진 복부초음파 도중 검진 담당자가 "난소에 혹이 있는 건 알고 계시죠?"라고 물어보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그게 자궁내막증과 제 인연의 시작이었고, 그 이후로 약 4년째 이 병과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자궁내막증이란 무엇인가, 진단 전까지 몰랐던 것들자궁내막증(Endometriosis)이란, 자궁 안에만 있어야 할 자궁내막 조직이 어떤 이유로 자궁 바깥의 다른 부위에서 자라는 질환입니다. 여기서 자궁내막이란 자궁 안쪽 벽을 이루는 조직으로, 에스트로겐 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매달 두꺼워졌다가 허물어지는 것이 바로 생리입니다. 문제는 이 조직이 난소, 나팔관, 복막 등 엉뚱한 곳에서도 똑같이 반응한다는 것입니다.저는 처음에 ..
솔직히 저는 응급실에서 일하기 전까지 맹장염이 그냥 오른쪽 아랫배만 아프면 되는 단순한 병인 줄 알았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전혀 달랐습니다. 위 명치가 아파서 온 환자, 배 전체가 쑤신다는 환자, 심지어 열만 나는 환자 — 그 모두가 충수염이었습니다. 매년 우리나라에서 10만 명 이상이 급성 충수염으로 수술을 받는데, 이 병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얼굴로 찾아옵니다. 맹장염이라는 이름이 사실 틀렸다응급실에서 보호자분들이 "맹장 터진 거 아니에요?"라고 물어볼 때마다 저는 매번 같은 설명을 드렸습니다. 사실 정확한 병명은 충수염, 또는 충수돌기염입니다. 대장이 시작되는 맹장 끝에 지렁이처럼 달려 있는 7~10cm짜리 기관을 충수돌기라고 하는데, 한자로는 '벌레 충(蟲)' 자를 씁니다. 이 충수돌기에 염증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