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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제 몸 안에 4cm짜리 혹이 있다는 걸 전혀 몰랐습니다. 건강검진 복부초음파 도중 검진 담당자가 "난소에 혹이 있는 건 알고 계시죠?"라고 물어보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그게 자궁내막증과 제 인연의 시작이었고, 그 이후로 약 4년째 이 병과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궁내막증이란 무엇인가, 진단 전까지 몰랐던 것들

자궁내막증(Endometriosis)이란, 자궁 안에만 있어야 할 자궁내막 조직이 어떤 이유로 자궁 바깥의 다른 부위에서 자라는 질환입니다. 여기서 자궁내막이란 자궁 안쪽 벽을 이루는 조직으로, 에스트로겐 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매달 두꺼워졌다가 허물어지는 것이 바로 생리입니다. 문제는 이 조직이 난소, 나팔관, 복막 등 엉뚱한 곳에서도 똑같이 반응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처음에 "자궁내막종이 뭔데?"라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자궁내막종(Endometrioma)은 자궁내막 조직이 난소에 자리를 잡아 낭종, 즉 혹을 만든 상태를 말합니다. 안에 오래된 생리혈이 고여 있어서 초콜릿 색깔처럼 보인다고 해서 '초콜릿 낭종'이라고도 불립니다. 제 경우가 딱 이 케이스였는데, 처음 발견 당시 4cm였던 것이 6개월 관찰 끝에 6cm까지 커졌습니다.

또 하나 헷갈리기 쉬운 것이 자궁선근증(Adenomyosis)인데, 이건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 근육층 안으로 파고드는 병입니다. 저희 어머니가 바로 이 자궁선근증을 앓으셨고, 결국 출산 당시 제왕절개와 함께 자궁적출을 하셨습니다. 생리양이 너무 많아지고 빈혈이 심해질 정도였다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를 보면서 이 질환이 유전적인 영향도 크다는 걸 직접 느꼈습니다.

  • 자궁내막증: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 외부에서 증식
  • 자궁내막종: 자궁내막 조직이 난소에 낭종을 형성
  • 자궁선근증: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 근육층 내부로 침투
  • 자궁내막 증식증: 자궁내막이 제자리에서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는 별개 질환 (암으로 진행 가능성 있음)
요약: 자궁내막증은 자궁내막 조직이 엉뚱한 곳에서 자라는 병으로, 자궁내막종·자궁선근증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유전적 영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자궁내막종, 수술을 결정하는 기준은 따로 있다

가임기 여성의 약 10%가 자궁내막증을 앓고 있다는 통계가 있습니다(출처: ACOG(미국산부인과학회)). 그만큼 흔한 병인데도, 막상 진단을 받으면 "당장 수술해야 하나?"라는 불안이 먼저 찾아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제가 경험한 바로는, 수술을 결정하는 기준이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습니다. 낭종의 크기가 3cm 미만이고, 통증 같은 증상이 없다면 당장 수술 없이 정기적으로 관찰하는 방법을 먼저 택하는 것이 최근 의료계의 흐름입니다. 생식내분비 전문의들이 특히 이 원칙을 강조하는데, 그 이유가 있습니다. 난소 수술은 아무리 단순한 낭종 제거라도 건강한 난소 조직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 경우엔 처음에는 지켜보자는 방향이었습니다. 그런데 6개월 후 재검했을 때 혹이 6cm까지 자라 있었고, 그때서야 수술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낭종이 지속적으로 커지거나, 진통제로도 생리통이 잡히지 않거나, 만성 골반통이 있는 경우에 수술적 치료가 고려됩니다. 또한 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경우에는 수술을 통한 조직 생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한 가지 알아두면 좋은 것은, 자궁내막종은 다른 난소 낭종과 달리 꼬이거나 터지는 응급 상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주변 장기와 유착을 일으키는 문제가 더 크고, 바로 이 유착 때문에 꼬임이 방지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반면 기형종은 꼬여서 응급수술로 이어질 수 있으니 종류에 따라 관리 방법이 다릅니다.

요약: 자궁내막종의 수술 여부는 크기·증상·암 의심도를 종합적으로 따져야 하며, 3cm 미만 무증상이라면 우선 관찰 후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수술 전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AMH와 CA125

복강경 수술을 앞두고 담당 선생님이 AMH 검사를 권유하셨습니다. AMH(Anti-Müllerian Hormone), 즉 항뮬러관호르몬은 난소에 남아있는 난자의 수와 난소 기능을 간접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혈액 검사 지표입니다. 쉽게 말해 '난소 나이'를 확인하는 검사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최근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어 부담이 많이 줄었습니다.

왜 수술 전에 이 검사를 하느냐, 이유가 있습니다. 자궁내막종은 다른 난소 낭종보다 주변 조직과 심한 유착을 일으키기 때문에, 수술 시 정상 난소 조직이 함께 손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자궁내막종 수술 후 AMH 수치가 수술 전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보고됩니다. 제가 직접 수술 전후 수치를 비교해봤는데, 숫자가 줄어든 것을 확인하고 제법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6개월 정도 지나면 어느 정도 회복되기도 하지만, 완전히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CA125에 대해서도 많이들 오해하시는 부분이 있습니다. CA125는 난소암 지표로 알려져 있는데, 자궁내막증이 있거나 생리 중이거나 골반 내 염증이 있어도 수치가 높게 나올 수 있습니다. 때문에 CA125 수치 하나만으로 암을 진단하는 것은 의학적 가이드라인에서도 권고하지 않습니다(출처: ESHRE(유럽생식의학회)). 저도 검사 결과지를 받아보고 한동안 걱정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 수치는 수술 후 경과를 추적하거나 재발 가능성을 모니터링하는 참고값으로 활용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요약: 자궁내막종 수술 전후 AMH로 난소 기능을 확인하고, CA125는 암 진단이 아닌 경과 추적용 참고 지표로 이해해야 합니다.

 

호르몬 치료 4년째, 재발을 막는 현실적인 방법

수술로 자궁내막종을 제거했다고 해서 자궁내막증 자체가 완치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수술 후 가장 먼저 들은 말이 이것이었습니다. 자궁내막증의 근본적인 억제 방법은 에스트로겐의 영향을 차단하는 것, 즉 생리를 멈추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디에노게스트(Dienogest) 계열의 호르몬 약을 4년째 복용 중입니다. 디에노게스트는 프로게스틴 계열 약물로, 에스트로겐 수치를 낮춰 자궁내막 조직의 증식을 억제하는 원리로 작동합니다. 생리를 인위적으로 멈추게 하여 자궁내막종이 다시 커지는 것을 막는 방법입니다. 처음에는 약을 평생 먹어야 한다는 게 막막하게 느껴졌습니다만, 지금은 자연스러운 루틴이 되었습니다.

수술을 최대한 피하고 싶다면 약물 치료 외에도 '알코올 경화 요법'이라는 선택지도 있습니다. 낭종 내부의 액체를 흡입한 뒤 알코올로 낭종 벽을 굳혀 줄이는 방법인데, 최근에 시행 사례가 늘고 있는 비수술적 접근입니다. 물론 재발 가능성이나 적용 가능한 케이스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담당 의사와 충분한 상담이 필요합니다.

임신을 계획 중인 분들에게는 상황이 더 복잡합니다. 수술로 자궁선근증이나 자궁내막종을 제거하는 것보다, 먼저 인공수정이나 체외수정(IVF) 같은 보조 생식 기술을 시도해보는 것이 최근의 방향입니다. 난소 수술이 AMH 수치를 떨어뜨리고 임신 가능성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술 전에 AMH 수치가 이미 낮거나 나이가 있는 경우라면, 난자 냉동 보존을 먼저 진행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습니다.

요약: 자궁내막증은 수술 후에도 재발 억제를 위한 호르몬 치료가 필수이며, 임신 계획이 있다면 수술보다 보조 생식 기술을 우선 고려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생리통이 심하면 자궁내막증인가요?

A. 심한 생리통이 있다고 해서 모두 자궁내막증은 아닙니다. 특별한 원인 없이 생리통이 생기는 것을 원발성 월경통이라고 하고, 자궁내막증처럼 다른 질환이 원인인 경우를 이차성 월경통이라고 합니다. 진통제로 통증이 조절되지 않을 정도라면 산부인과에서 초음파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Q. 자궁내막종을 수술하지 않고 방치하면 어떻게 되나요?

A. 자궁내막종은 생리를 할 때마다 크기가 커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 경험상 4cm에서 시작해 6개월 만에 6cm로 자랐습니다. 다만 자궁내막종은 다른 난소 낭종과 달리 꼬이거나 터지는 응급 상황이 거의 없고, 주변 장기와의 유착이 더 문제가 되므로 크기와 증상 변화를 정기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CA125 수치가 높으면 난소암인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CA125는 자궁내막증이 있거나, 생리 중이거나, 골반 내 염증이 있을 때도 높게 나올 수 있습니다. 이 수치 하나만으로 암을 진단하는 것은 의학 가이드라인에서도 권고하지 않으며, 주로 수술 후 경과 추적이나 재발 모니터링에 참고하는 값으로 사용됩니다.

 

Q. 자궁내막증 수술 후 임신이 어려워지나요?

A. 자궁내막종 수술은 정상 난소 조직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수술 후 AMH 수치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보고됩니다. 이 때문에 임신을 원하는 분이라면 수술보다 인공수정이나 체외수정을 먼저 시도하거나, 수술 전 난자 냉동 보존을 상담해보는 것이 최근 권고 방향입니다.

 

Q. 자궁내막증은 유전이 되나요?

A. 완전한 유전 질환은 아니지만, 가족력이 있으면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희 어머니가 자궁선근증을 앓으셨고 저는 자궁내막종이 생겼는데, 이처럼 어머니의 자궁·난소 관련 질환이 딸에게 비슷한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가족력이 있다면 정기적인 산부인과 검진을 챙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

건강검진에서 혹을 발견하고 당황했던 그날부터 수술, 그리고 4년간의 호르몬 치료까지 겪으면서 제가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조기 발견의 힘'이었습니다. 자궁내막증은 증상이 없어도 모르는 사이에 진행될 수 있고, 생리통이 심하다고 그냥 참아버리면 그사이 낭종이 커질 수 있습니다.

수술이 무섭다면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지만, 무조건 미루는 것도 답이 아닙니다. AMH 수치와 낭종 크기 변화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면서 담당 의사와 충분히 상담하는 것, 그게 제가 4년간 이 병을 관리하며 내린 결론입니다. 이 글이 비슷한 상황에 처한 분들께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FEuRK3HfS2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