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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를 꼬박꼬박 하는데도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라고요? 제 친구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저도 처음엔 이해가 안 됐습니다. 응급실 간호사로 일하면서 이 질환으로 직접 실려 오는 환자는 거의 본 적이 없는데, 주변에서 진단받는 친구들은 어느 순간부터 정말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100만 명이 넘는다는 수치가 통계로만 느껴지지 않을 만큼, 제 일상 반경 안에 이미 여럿 있었습니다.
진단 기준 — 생리를 해도 다낭성일 수 있다
제 친구 중 한 명은 28일 주기로 생리를 거르지 않는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다낭성 난소 증후군(PCOS, Polycystic Ovary Syndrome)을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PCOS란 난소 기능 이상을 포함한 복잡한 내분비 대사 질환으로, 단순한 부인과 문제가 아니라 온몸의 호르몬 균형과 얽혀 있는 증후군입니다.
그런데 산부인과 건강검진을 갔다가 초음파에서 다낭성 난소 소견이 발견됐고, 체중도 비만 수치에 가까웠습니다. 제가 직접 들었을 때 느낀 건, 이 친구가 정말 운이 좋았다는 거였습니다. 아무 증상 없이 지나쳤다면 나중에 난임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을 테니까요.
실제로 현재 가장 널리 통용되는 로테르담 기준(2013)에 따르면, 아래 세 가지 중 두 가지 이상이 충족될 때 PCOS로 진단합니다.
- 무월경 또는 희발 월경 — 생리 주기가 불규칙하거나 아예 없는 상태
- 고안드로겐 혈증(Hyperandrogenism) — 혈중 남성 호르몬 수치가 높거나, 여드름·다모증 같은 남성화 증상이 나타나는 것
- 초음파상 다낭성 난소 소견 — 난소에 미성숙 난포가 다수 관찰되는 상태
여기서 주목할 부분이 있습니다. 2016년 AES(Androgen Excess Society)에서는 초음파 난소 소견이 없어도 진단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여기서 AES란 안드로겐 과잉 분야의 국제 전문학회로, PCOS 진단 기준에 꾸준히 이의를 제기해 온 기관입니다. 쉽게 말해, 다낭성 난소 증후군인데 다낭성 난소가 없어도 된다는 뜻입니다. 저도 처음엔 이 부분이 이해가 안 됐는데, 젊은 나이대에서는 난포가 많아 보이는 소견 자체가 정상 범주와 헷갈리는 경우가 많고 나이가 들면 사라지기도 해서 그렇다고 합니다.
그래서 무월경이 없는 상태에서 초음파만 이상하다고 PCOS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고, 반대로 내 친구처럼 생리가 규칙적이어도 다른 기준 두 가지가 맞으면 진단이 가능합니다. 이 질환이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부분입니다. 국내에서는 PCOS 환자의 약 70%가 비비만형으로 보고되고 있어(출처: 대한산부인과학회), 살이 쪄야 걸리는 병이라는 인식도 사실과 거리가 있습니다.
인슐린 저항성과 메트포르민 — 당뇨약이 왜 처방되나
주변 친구들이 진단을 받고 나서 공통적으로 힘들어하는 게 있었습니다. 살이 잘 안 빠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운동도 하고, 식단도 조절해 보는데 체중이 좀처럼 줄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의지의 문제라기보다는 호르몬 축이 망가진 상태에서 생기는 구조적인 문제에 가깝습니다.
그 핵심에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이 있습니다. 여기서 인슐린 저항성이란, 인슐린이 분비돼도 세포가 제대로 반응하지 못해 혈당이 잘 떨어지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 상태가 되면 췌장이 더 많은 인슐린을 쏟아내고, 결국 고인슐린혈증(Hyperinsulinemia)으로 이어집니다. 여기서 고인슐린혈증이란 혈중 인슐린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상태로, 이 과잉 인슐린이 난소에 직접 작용해 남성 호르몬 생산을 촉진하는 것이 PCOS의 핵심 경로 중 하나입니다.
남성 호르몬이 증가하면 원래 배란을 준비하던 미성숙 난포들이 중간에 막혀 버립니다. 나갈 준비를 다 했는데 문이 잠기는 격입니다. 그렇게 난포만 계속 쌓이고 배란은 안 되면서 다낭성 소견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동시에 인슐린 저항성은 간 기능에도 영향을 줘서, 간에서 만들어야 할 성호르몬 결합 글로불린(SHBG) 생성이 줄어듭니다. 여기서 SHBG란 혈중 남성 호르몬과 결합해 그 활성을 억제하는 단백질인데, 이것이 줄면 유리 남성 호르몬이 몸 안에서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됩니다.
이런 복잡한 고리를 한 번에 건드리는 약이 바로 메트포르민(Metformin)입니다. 당뇨 치료제로 잘 알려져 있지만, PCOS 치료에서도 강력 권고 등급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출처: The Endocrine Society). 제 경험상 이걸 당뇨약이라고 꺼리는 친구들을 실제로 봤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의 반응이었습니다. 메트포르민은 인슐린 저항성 개선, 간의 SHBG 생성 촉진, 시상하부-뇌하수체-난소 축 정상화, 체중 증가 억제까지 PCOS의 병태 생리 거의 전 방향에 작용합니다. 항노화 효과로도 주목받는 약이어서, 오히려 다낭성 없는 분들도 먹고 싶어 하는 약인데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을 방치하면 결과는 심각해집니다. 대사증후군이 진행되면 결국 제2형 당뇨로 이어질 위험이 높아지고, 당뇨가 가져오는 심혈관 질환, 간암, 자궁내막암 위험까지 연결됩니다. 생리를 안 해서 자궁내막이 지속적으로 두꺼워지는 상태가 방치되면 자궁내막암의 위험이 젊은 여성에서도 결코 낮지 않습니다. 제가 응급실에서 이 질환 환자를 직접 보는 일은 드물지만, 이 병이 방치될 때 어디까지 이어지는지는 현장에서 충분히 봐왔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생리가 규칙적이면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 아닌 건가요?
A. 제 친구가 딱 이 경우였습니다. 생리가 규칙적이어도 초음파 소견과 고안드로겐 혈증이 함께 있으면 진단될 수 있습니다. 로테르담 기준상 세 가지 중 두 가지만 충족하면 되기 때문에, 무월경 없이도 PCOS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는 게 중요합니다.
Q. 살이 많이 쪄야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 생기는 건가요?
A. 이건 꽤 흔한 오해입니다. 비만은 PCOS를 악화시킬 수 있지만 원인은 아닙니다. 국내 PCOS 환자의 약 70%가 비비만형으로 보고될 만큼, 마른 체형이어도 인슐린 저항성이나 호르몬 축 이상이 있으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인슐린 저항성이 먼저 생기고 비만이 따라오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Q. 메트포르민은 당뇨가 없어도 먹어야 하나요?
A. PCOS 치료 지침에서 메트포르민은 강력 권고 등급으로 사용됩니다. 인슐린 저항성 개선부터 남성 호르몬 억제, 시상하부 호르몬 축 정상화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약이기 때문입니다. 당뇨약이라는 인식 때문에 거리끼는 경우가 많지만, PCOS 병태 생리를 고려하면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Q.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 있으면 무조건 난임이 되나요?
A. 제 친구도 이 말을 듣고 많이 걱정했는데, 100% 난임이 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배란 장애가 난임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적절한 치료와 생활습관 개선으로 배란 기능이 회복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방치하면 위험이 높아지므로, 조기에 산부인과에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
응급실에서 일하다 보면 급성 위기 상황만 보게 되는데, 이 질환의 무서움은 오히려 눈에 잘 안 띄는 곳에 있다는 걸 주변 친구들을 통해 체감했습니다. 생리도 하고, 살도 많이 찐 것 같지 않고, 특별히 아프지도 않은데 내 몸 안에서 인슐린 저항성과 남성 호르몬 과잉이 조용히 악순환을 돌리고 있을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PCOS는 살찐 병이 아니고, 생리를 한다고 안심할 수 없으며, 방치하면 당뇨와 자궁내막암까지 이어질 수 있는 복잡한 대사 질환입니다. 제 친구처럼 건강검진 차원에서 산부인과를 방문해 운 좋게 발견하는 경우가 최선입니다. 생리 주기가 조금이라도 불규칙하거나, 여드름이나 체중 증가가 지속된다면 한 번쯤 산부인과에서 확인해 보는 것을 저는 권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