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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정도야 버티면 된다고 생각하셨습니까? 저는 응급실에서 일하며 그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지 직접 목격했습니다. 2025년 여름, 온열질환자 4,460명에 사망자 29명. 숫자가 아니라 실제로 실려 들어온 사람들의 얼굴입니다. 2026년 올여름도 평년보다 더 더울 것으로 전망된 지금, 폭염 안전 5대 기본 수칙과 응급 대응법을 정리했습니다.

응급실에서 본 온열질환,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온다
제가 응급실에서 일하며 여름마다 반복적으로 보는 장면이 있습니다. 공장 근로자, 에어컨 기사, 택배 방문 기사, 야외 마라토너, 에어컨이 없는 쪽방의 독거노인. 이분들이 실려 오는 시간은 대부분 오후 2시에서 5시 사이입니다. 폭염이 가장 집중되는 그 시간대가 정확히 겹칩니다.
특히 젊은 분들은 본인의 체력을 믿고 버티다가 쓰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에는 두통이나 어지러움이 오고, 그다음엔 섬망(delirium) 증세가 나타납니다. 여기서 섬망이란 체온 상승으로 뇌 기능이 일시적으로 교란되는 상태로, 의식이 흐릿하고 말이 뒤섞이거나 엉뚱한 행동을 보이는 것을 말합니다. 젊은 사람도 이 단계까지 오면 이미 위험 신호입니다. 나이 드신 분들은 이 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의식 소실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열사병(heat stroke)은 체온이 40도를 넘어 중추신경계까지 손상되는 상태입니다. 단순히 더위를 먹은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반면 일사병(heat exhaustion)은 땀을 과도하게 흘리며 탈수와 전해질 손실이 주된 문제입니다. 두 가지 모두 응급 상황이라는 점은 동일합니다.
응급실에서 가장 먼저 하는 처치는 찬 거즈를 올리고 바람을 쐬어 기화열(evaporative cooling) 방식으로 체온을 낮추는 것입니다. 기화열이란 피부 표면의 수분이 증발하면서 열을 빼앗아가는 원리로, 뜨거운 체온을 빠르게 끌어내리는 데 효과적입니다. 동시에 차가운 수액을 혈관에 직접 주입하고, 심부 체온을 낮추기 위해 방광 세척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게 분 단위로 이루어집니다.
폭염 안전 5대 수칙, 사업주가 반드시 해야 할 것들
고용노동부는 2025년부터 폭염 작업 시 사업주의 온열질환 예방 조치를 산업안전보건 규칙 개정으로 의무화했습니다(출처: 고용노동부). 규칙이 바뀐 만큼, 이제 이건 권고가 아니라 법적 의무입니다. 핵심은 폭염 안전 5대 기본 수칙입니다.
- 시원한 물: 체감 온도와 관계없이 더위를 느낄 수 있는 모든 작업 장소에 얼음물 등 시원한 음료를 충분히 비치해야 합니다.
- 냉방 장치: 체감 온도 31도 이상, 2시간 이상 작업 시 에어컨·산업용 냉풍기·이동식 에어컨 중 하나 이상을 설치해야 합니다. 통풍 장치(제트펜, 실링팬, 산업용 선풍기 등)나 작업 시간대 조정도 인정됩니다.
- 휴식: 체감 온도 33도 이상 폭염 작업 시 최소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부여해야 합니다. 현장 여건에 따라 1시간마다 10분 이상으로 조정 가능합니다.
- 보냉 장구 지급: 체감 온도 33도 이상이고 휴식 부여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경우, 개인용 냉방·통풍 장치나 냉각조끼 등 보냉 장구를 지급해야 합니다. 이때 냉각류는 실제 냉각 효과가 검증된 냉매 장치여야 합니다.
- 119 신고: 두통, 어지러움, 근육 경련, 의식 저하 등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119에 신고하고 작업을 중단해야 합니다.
제 경험상 현장에서 가장 많이 빠뜨리는 게 바로 '휴식'입니다. 물은 두는데 쉬는 공간을 안 만들어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늘막과 냉방 차량, 이동식 선풍기라도 반드시 갖춰야 합니다.
2025년 2월부터는 산업안전보건관리비 항목이 확대되어, 임시 휴게시설 설치·해체·임대와 냉방 기기 임대 비용도 폭염 시기에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노사가 합의해 온열질환 예방에 필요하다고 판단한 품목은 관리비의 15%까지 사용이 가능합니다.
작업 중지 기준, 폭염 중대 경보까지 생겼습니다
올해 기상청은 기존 폭염 주의보·경보에 더해 폭염 중대 경보를 신설했습니다. 이건 단순한 경보 단계 추가가 아닙니다. 극단적 고온으로 사망 등 대피 상황이 예상될 때 발령되는 최상위 특보로, 사업장은 이 단계에서 긴급 조치 작업을 제외한 모든 옥외 작업을 즉시 중지해야 합니다.
폭염 단계별 작업 중지 기준을 명확히 알아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계별 작업 중지 기준
- 체감 온도 33도 이상 (폭염 주의보): 작업 시간대 조정 또는 옥외 작업 단축
- 체감 온도 35도 이상 (폭염 경보): 오후 2시~5시 옥외 작업 중지. 부득이한 경우 매시간 15분 이상 그늘 휴식 필수
- 체감 온도 38도 이상 (폭염 중대 경보): 긴급 조치 작업 외 모든 옥외 작업 중지
체감 온도(apparent temperature)란 실제 기온에 습도·풍속·햇볕 등을 복합적으로 반영한 수치입니다. 그냥 온도계 숫자보다 체감 온도가 훨씬 높게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상청 기준값이나 현장 온습도계로 반드시 직접 측정해야 합니다(출처: 기상청).
체감 온도는 근로자가 주로 일하는 장소의 바닥면에서 1.2~1.5m 높이에서 측정하고, 측정값이 가장 높은 지점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이동 작업처럼 주된 작업 장소가 고정되지 않은 경우는 기상청이 발표하는 체감 온도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측정 기록과 실제 이행한 보건 조치 내용은 일자별로 기록해 해당 연도 12월 31일까지 보관해야 합니다.
응급처치보다 중요한 건 예방, 특히 취약군 관리입니다
저는 응급실에서 온열질환 환자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분들 대부분이 조금만 일찍 쉬었거나, 조금만 일찍 신고했다면 이 자리에 안 왔을 분들이라는 겁니다. 치료보다 예방이 훨씬 중요하다는 게 현장에서 느끼는 솔직한 마음입니다.
고령자,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자, 신규 배치자는 온열질환 민감군에 해당합니다. 이분들은 체온 조절 능력 자체가 떨어져 있어서 같은 온도에서도 훨씬 빠르게 위험해집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열순응(heat acclimatization)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열순응이란 고온 환경에 서서히 적응시키는 과정으로, 5일에 걸쳐 단계적으로 작업량과 폭염 노출 시간을 늘려 몸이 더위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 없이 첫날부터 풀가동시키면 민감군은 그날 응급실로 올 수 있습니다.
독거노인 문제는 제가 특히 안타깝게 보는 부분입니다. 에어컨이 없는 쪽방이나 고시원에서 혼자 지내다 실려 오는 어르신들이 매년 있습니다. 지자체 차원에서 폭염 기간 중 공공시설을 개방하고 독거노인을 체계적으로 연계하는 정책이 더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사망자 수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야외 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제 경험상 마라톤이나 자전거를 여름 낮에 즐기다 실려 오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직사광선이 없는 저녁이나 밤 시간대로 운동 일정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안전 보건 교육이나 작업 전 안전 점검 회의(TBM, Tool Box Meeting), 게시물 부착 등을 통해 사전에 증상과 예방법을 숙지시키는 것도 사업주가 해야 할 기본 의무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열사병이랑 일사병이 뭐가 달라요?
A. 일사병(heat exhaustion)은 과도한 발한으로 인한 탈수와 전해질 손실이 주된 문제로, 어지러움·무기력·식은땀이 주로 나타납니다. 열사병(heat stroke)은 체온이 40도를 넘어 중추신경계까지 손상되는 상태로 의식 저하, 고열, 피부가 뜨겁고 건조한 것이 특징입니다. 두 가지 모두 응급 상황이지만 열사병은 생명과 직결되므로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합니다.
Q. 폭염 작업 시 2시간마다 20분 쉬어야 한다는데 현장에서 안 지키면 어떻게 되나요?
A. 2025년 개정된 산업안전보건 규칙에 따라 체감 온도 33도 이상 폭염 작업 시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 부여는 사업주의 법적 의무입니다. 이를 위반하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행정 처분과 과태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온열질환자가 발생한 사업장은 즉시 작업 중단 후 보건 조치 이행 여부를 점검해야 합니다.
Q. 체감 온도는 어떻게 측정하나요?
A. 근로자가 주로 일하는 장소의 바닥면에서 1.2~1.5m 높이에서 온습도계로 측정합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기기도 사용 가능하지만 교정 기관에서 교정을 거친 제품을 권장합니다. 이동 작업처럼 고정된 작업 장소가 없는 경우에는 기상청이 발표하는 체감 온도를 기준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Q. 온열질환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회사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두통, 어지러움, 근육 경련, 의식 혼미 증상이 보이면 즉시 119에 신고하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그 뒤 해당 작업과 동일 폭염 작업을 모두 중단하고, 냉방 장치 가동과 휴식 시간 부여 등 보건 조치 준수 여부를 전면 점검해야 합니다. 미흡한 부분은 즉시 개선해 재발을 막아야 합니다.
결론
응급실에서 일하다 보면 폭염이 단순한 날씨 문제가 아니라는 걸 몸으로 압니다. 잠깐 더 버텨보자는 판단이 회복 불가능한 결과로 이어지는 걸 너무 많이 봤습니다. 폭염 안전 5대 기본 수칙은 누군가가 멀쩡히 집에 돌아가느냐, 응급실로 실려 오느냐를 가르는 기준입니다.
사업주라면 지금 당장 현장 체감 온도 측정 기록부터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근로자라면 어지럽거나 두통이 오면 절대 혼자 버티지 마시고 즉시 그늘로 이동하고 동료에게 알리는 것이 먼저입니다. 자세한 사업장 대응 지침은 고용노동부의 공식 자료를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