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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르기 반응이 왔을 때 응급실에서 제일 먼저 맞는 주사가 뭔지 아십니까? 저는 간호사로 일하면서 이 약을 수도 없이 투약했는데, 사실 신규 때는 이름조차 제대로 몰랐습니다. 바로 페니라민, 정확히는 클로르페니라민말레산염이라는 성분의 항히스타민제입니다. 알레르기부터 어지럼증, 수면 유도까지 쓰임새가 워낙 다양해서 처음엔 "이게 다 같은 약이라고?" 싶었는데, 원리를 알고 나니 당연한 이야기였습니다.
항히스타민제인데 왜 CTM이라고 부를까
처음 병원에 왔을 때 선배들이 "CTM 주고 보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저는 그냥 'CT 검사 전에 맞는 주사겠거니' 하고 습관처럼 외웠습니다. 성분명이 클로르페니라민말레산염이니 CPM이라고 불러야 맞지 않나, 속으로 그런 생각도 했었고요.
알고 보니 이유가 있었습니다. 1950년대에 클로르페니라민이 처음 시판될 때 상품명이 클로로트리메톤(Chlor-Trimeton)이었고, 그 앞글자를 딴 CTM이 그대로 굳어버린 겁니다. 당시에는 꽃가루 알레르기 약으로 처방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을 만큼 대중적인 약이었다고 하네요. 60년이 지난 지금도 의료 현장에서 CTM이라는 코드가 버젓이 쓰이고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이 사실을 제대로 이해한 건, 어느 날 조영제 CT 검사를 다녀온 환자에게 부작용이 생긴 뒤였습니다. 주치의가 "페니라민 주고 보낸 거예요?"라고 물었을 때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CTM은 아는데, 페니라민이 뭐지?' 싶었던 거죠. 옆에 있던 선배 간호사가 "CTM 주라고 했잖아"라고 귀띔해 주지 않았으면 정말 곤란한 상황이 될 뻔했습니다. 그날 이후로 상품명·성분명·코드명을 통째로 외웠습니다.
- 코드명 CTM → 상품명 페니라민 → 성분명 클로르페니라민말레산염, 모두 같은 약
- 1950년대 상품명 클로로트리메톤(Chlor-Trimeton)에서 CTM이 유래
- 혈관 주사(IV)와 근육 주사(IM) 모두 가능하며, 먹는 약 제형도 있음
히스타민이 뭐길래 이렇게 많은 곳에 쓰이나
페니라민이 왜 알레르기에도, 어지럼증에도, 심지어 잠 못 자는 환자에게도 쓰이는지 이해하려면 히스타민이라는 물질부터 알아야 합니다. 히스타민이란 우리 몸의 면역 세포가 외부 자극에 반응해 분비하는 신경전달물질로, 한마디로 몸이 위협을 감지했을 때 내보내는 경보 신호입니다.
이 히스타민을 만들어 내는 주인공이 비만세포(Mast Cell)입니다. 비만세포란 백혈구의 일종으로 피부, 기도, 장 등 외부와 접촉하는 조직에 분포하는 면역 세포입니다. 이름에 '비만'이 들어가지만 체지방과는 아무 상관이 없고, 현미경으로 보면 과립이 물방울처럼 통통하게 차 있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알레르기 반응의 흐름을 따라가 보면 이렇습니다. 알레르겐(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몸 안에 들어오면 B세포에서 면역글로불린E(IgE)라는 항체가 만들어집니다. 면역글로불린E란 알레르기 반응에 특화된 항체로, 비만세포 표면에 달라붙는 특성이 있습니다. 다른 항체와 달리 한번 붙으면 거의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이후 같은 알레르겐이 다시 들어와 IgE와 결합하면 비만세포가 활성화되어 히스타민을 한꺼번에 쏟아냅니다. 이게 알레르기 반응의 정체입니다(출처: NCBI, Mast Cells and Histamine).
히스타민이 분비되면 혈관이 확장되고, 피부에 홍반과 두드러기가 올라오고, 부종이 생기고, 극심한 가려움증이 나타납니다. 기관지를 수축시켜 호흡곤란을 유발하기도 하는데, 응급실에서 제가 본 케이스 중 얼굴이 탱탱 부어오르거나 두드러기가 전신으로 번진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가장 위험한 상황은 기도가 좁아지는 경우로, 방치하면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히스타민에는 각성 작용도 있습니다. 각성 작용이란 뇌를 자극해 수면을 억제하는 기능입니다. 신규 시절에 저는 이걸 전혀 몰랐습니다. 어느 날 밤 잠을 못 자겠다는 환자에게 주치의가 CTM을 처방해 주길래 '수면제도 아닌 걸 왜 주지?' 싶어서 약리 자료를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졸음이라는 부작용을 역으로 이용하는 건가 싶었는데, 결국은 히스타민 자체가 각성을 유발하므로 그 작용을 차단하면 잠이 온다는 원리였습니다. 부작용을 이용한다기보다 기전상 당연한 효과인 셈이었고, 그제야 비로소 이해가 됐습니다.

부작용, 실제로 맞아보니 어떤가
페니라민은 1세대 항히스타민제에 속합니다. 1세대 항히스타민제란 뇌혈관 장벽(BBB, Blood-Brain Barrier)을 통과하기 때문에 중추신경계에도 직접 작용하는 계열을 말합니다. 그 결과 졸음, 어지럼증, 입 마름, 시야 흐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Drugs.com, Chlorpheniramine).
일반적으로 1세대 항히스타민제를 맞으면 금방 졸음이 쏟아진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직접 맞아봤을 때는 솔직히 별다른 졸음을 못 느꼈습니다. 응급실 현장에서 봐도 어떤 환자는 IV로 투약하자마자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반면, 어떤 환자는 한참 뒤에도 멀쩡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정말 사람마다 차이가 큽니다.
반면 알레르기 환자들은 꽤 효과를 실감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응급실에서 IV로 투약하고 나서 한숨 자고 일어난 환자가 "간지러움이 확 줄었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은 여러 번 봤습니다. 물론 잠을 잔 것과 약 효과를 분리하기가 어렵긴 합니다만, 어찌 됐든 증상이 완화된 건 사실입니다.
2세대인 지르텍, 아제틴, 타리온이나 3세대인 알레그라, 씨잘은 BBB 통과율을 낮춰서 졸음 부작용을 줄인 약들입니다. 1세대가 부작용이 강한 대신 효과도 빠르고 세다는 말이 있는데, 이 부분은 보는 시각마다 다릅니다. 확실한 건, 페니라민을 복용하거나 주사 맞은 직후 운전이나 기계 조작은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점입니다. 졸음이 올 수도 있고 안 올 수도 있는데, 막상 운전대를 잡고 나서 졸음이 오면 그때는 이미 늦습니다.
간호사 입장에서 페니라민을 투약할 때 제가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은 수혈 전이나 CT 조영제 사용 전 선제 투약 케이스입니다. 알레르기 반응을 사전에 억제하기 위해 예방적으로 주는 것인데, 투약 후에도 환자 상태를 꼭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선제 투약이 있었다고 해서 반응이 아예 없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페니라민 맞고 나서 꼭 졸린가요?
A. 일반적으로 졸음이 온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사람마다 반응 차이가 상당히 큽니다. 저 본인은 맞았을 때 졸음을 거의 못 느꼈고, 응급실에서도 금방 잠드는 분이 있는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은 분도 있었습니다. 단, 졸음이 올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약 직후 운전은 피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CTM이랑 페니라민이랑 다른 약인가요?
A. 같은 약입니다. CTM은 1950년대 오리지널 상품명 클로로트리메톤에서 유래한 코드명이고, 페니라민은 현재 국내에서 통용되는 상품명입니다. 성분명은 클로르페니라민말레산염으로, 셋 다 동일한 약물을 가리킵니다.
Q. 알레르기가 아닌데도 페니라민을 주는 이유가 있나요?
A. 있습니다. 히스타민 자체가 각성 작용을 하기 때문에 수면이 어려운 환자에게 처방하기도 하고, 어지럼증 완화 목적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또 CT 조영제나 수혈 전 알레르기 반응을 예방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투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히스타민이 관여하는 증상이라면 폭넓게 쓸 수 있는 약입니다.
Q. 1세대 항히스타민제와 2·3세대의 차이가 뭔가요?
A. 가장 큰 차이는 뇌혈관 장벽(BBB) 통과 여부입니다. 1세대인 페니라민은 BBB를 통과해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므로 졸음·어지럼증 같은 부작용이 강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2세대(지르텍, 아제틴, 타리온)와 3세대(알레그라, 씨잘)는 BBB 통과율을 낮춰 부작용을 줄인 계열입니다. 다만 1세대가 효과 발현이 빠르고 강하다는 점에서 응급 상황에서는 여전히 1세대가 많이 쓰입니다.
결론
신규 간호사 시절, CTM이 페니라민인지도 몰라서 식은땀을 흘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약 이름 하나 제대로 모른 것뿐인데 환자 안전과 직결될 수 있다는 걸 그날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페니라민은 약리 기전이 단순해 보여도, 히스타민·비만세포·면역글로불린E(IgE)로 이어지는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왜 그 환자에게 이 약을 주는지 설명할 수 있습니다.
졸음 부작용이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반응은 사람마다 다르고, 부작용을 두려워하기보다 투약 후 환자 상태를 꼼꼼히 모니터링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페니라민을 처음 접하는 분이라면 상품명·코드명·성분명 세 가지를 함께 외워두는 것을 권합니다. 현장에서는 셋 다 혼용되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