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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렌즈삽입술을 받은 지 15년이 지났을 때, 정기검진에서 갑자기 "렌즈를 빼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도 -7 고도근시라 같은 수술을 고민했던 입장에서, 그 말이 남 일처럼 들리지 않았습니다. "부작용 생기면 빼면 돼요"라는 말이 얼마나 가볍게 쓰이는지, 직접 옆에서 지켜본 뒤에야 비로소 실감했습니다.
15년 후에야 알게 된 것들 — 고도근시와 렌즈삽입술의 배경
저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두꺼운 안경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7 디옵터라는 수치가 어느 정도냐 하면, 안경 없이는 코앞 20cm도 흐릿하게 보이는 수준입니다. 20년 넘게 안경을 쓰다가 대학생 시절, 엄마와 함께 안과에 갔던 적이 있습니다. 각막 두께가 충분해서 라섹(LASEK)도 가능하다고 했는데, 의사 선생님은 워낙 고도근시이니 안내렌즈삽입술(ICL, Implantable Contact Lens)을 권유했습니다. 여기서 ICL이란 눈 안에 특수 제작된 렌즈를 삽입해 영구적으로 시력을 교정하는 수술로, 콘택트렌즈를 눈 표면이 아닌 눈 안쪽에 심는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저는 결국 무서워서 수술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보다 훨씬 더 급했던 사람이 언니였습니다. 언니는 -16 이상의 초고도근시라, 안경으로는 두께와 무게 때문에 일상생활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선택지가 없다시피 한 상황이었고, 그렇게 렌즈삽입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후 15년 동안 정말 편하게 잘 살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해 정기검진에서 각막내피세포(Corneal Endothelial Cell)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소견이 나왔고, 결국 양쪽 렌즈를 모두 제거하는 수술을 해야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렌즈삽입술은 고도근시 환자의 '유일한 대안'처럼 소개됩니다. 각막을 깎지 않아도 되고, 시력의 질도 라식·라섹보다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 경험상 그 말이 완전히 틀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평생 넣고 사는 이물질'이라는 전제 하에 그 장점을 바라봐야 한다는 점은 수술 전 상담에서 생각보다 잘 언급되지 않습니다.
- ICL 수술 적합 대상: 각막 두께가 부족하거나 초고도근시로 라식·라섹이 어려운 경우
- ICL 재질인 콜라머(Collamer)는 생체 적합성이 높아 면역 반응이 거의 없는 소재
- 수술 시간은 렌즈 삽입 기준 약 2분 내외로 매우 짧음
- 수술 후 다음 날부터 세수·운동 등 일상생활 복귀 가능
"빼면 됩니다"는 말이 가리는 것 — 각막내피세포 감소와 부작용의 실체
렌즈삽입술의 대표적인 부작용은 각막내피세포 감소와 백내장입니다. 각막내피세포란 각막의 맨 안쪽 층을 이루는 단층 세포로, 각막의 투명도를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쉽게 말해, 이 세포가 충분히 있어야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 세포가 한 번 태어날 때 가지고 나온 개수에서 늘어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보통 성인 기준 평균 약 3,000개 정도이고, 2,000개 아래로 떨어지면 경고 신호로 봅니다.
출처: 미국안과학회(AAO)에 따르면, 렌즈삽입술 후 각막내피세포 수는 장기 추적 관찰이 필수이며, 세포 밀도 감소는 수술 후 수년이 지나서도 진행될 수 있다고 보고됩니다. 언니의 경우가 정확히 그랬습니다. 수술 후 수년간은 아무 이상이 없었고, 15년이 지나서야 수치가 의미 있게 줄어 있었습니다.
또 하나의 부작용인 백내장(Cataract)은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질환입니다. ICL이 수정체 바로 앞 공간인 홍채 뒤쪽에 위치하기 때문에, 렌즈와 수정체 사이의 거리가 너무 좁으면 수정체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술 전 검사에서 이 공간의 크기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일반적으로 이 공간은 3mm 정도가 적정하다고 보고, 2.5mm 이하라면 후방 렌즈 삽입 자체가 위험해집니다.
녹내장에 대한 이야기도 인터넷에서 종종 보입니다. 예전에는 평면형 렌즈가 방수(眼球 내부를 순환하는 액체)의 흐름을 막아 안압이 오르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방수란 안구 내부의 압력과 형태를 유지하고 영양을 공급하는 액체입니다. 그런데 현재 널리 쓰이는 에보 ICL(EVO ICL)은 렌즈 중앙에 구멍이 뚫려 있어 방수가 자유롭게 흐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출처: STAAR Surgical(EVO ICL 제조사)에 따르면 이 아쿠아 포트(Aqua Port) 설계 덕분에 기존 ICL 대비 방수 순환이 크게 개선되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녹내장 우려는 구형 렌즈 시절의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언니가 수술할 당시에도 "부작용 생기면 빼면 된다"는 말을 들었고, 저도 그 말을 그대로 믿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렌즈를 제거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니, 그 후에 감수해야 할 것들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시력은 수술 전 상태로 되돌아가고, 각막내피세포는 이미 줄어든 상태로 유지됩니다. 렌즈를 빼면 부작용의 진행이 멈출 수는 있지만, 줄어든 세포가 다시 늘어나지는 않습니다.
수술을 결정하기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들 — 전후방렌즈와 제거수술
렌즈삽입술을 상담받다 보면 전방 렌즈, 후방 렌즈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후방 렌즈는 홍채 바로 뒤와 수정체 사이 공간에 삽입하는 방식이고, 전방 렌즈는 홍채 위에 클립 형태로 걸어두는 방식입니다. 전방 렌즈는 각막에 더 가까워 각막내피세포에 이론적으로 더 많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때문에 현재는 공간이 충분한 경우 후방 렌즈가 우선 선택됩니다. 단, 후방 삽입 공간이 부족한 일부 환자에게는 전방 렌즈가 불가피한 선택이 될 수 있으므로 케이스바이케이스입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술 전 검사는 단순히 시력과 각막 두께만 재는 게 아닙니다. 렌즈를 넣을 수 있는 공간의 크기, 각막내피세포 수, 안구 전반의 구조적 데이터를 여러 장비로 정밀하게 측정해 렌즈 사이즈와 위치를 설계합니다. 이 설계가 맞지 않으면 부작용 위험이 올라갑니다. 그래서 장비의 수준과 의사의 경험이 병원 선택에서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렌즈 제거 수술 자체는 약 1~2분 내외로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습니다. 에보 ICL에 쓰이는 콜라머(Collamer) 소재는 생체 적합성이 매우 높아 면역 반응을 유발하지 않고, 10년이 지나도 조직과 유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제거 자체는 가능합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건 제거 이후입니다. 렌즈를 뺀 뒤 시력은 수술 전 고도근시로 되돌아가고, 이미 감소한 각막내피세포 수는 회복되지 않습니다. 언니는 렌즈 제거 후 다시 안경과 콘택트렌즈 생활로 돌아갔습니다.
렌즈삽입술을 권장하지 않는 경우
수술 전 검사 결과에 따라 렌즈삽입술 자체가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이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는 고집 부리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제가 대학생 때 수술을 포기했던 이유가 두려움이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충분히 검토하고 결정하기를 잘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 각막내피세포 수가 2,000개 초반 이하로 이미 감소해 있는 경우
- 렌즈 삽입 공간(홍채 후방 깊이)이 기준치인 약 3mm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경우
- 백내장이 이미 진행 중인 경우
- 황반 이상, 망막 주변부 변성, 기타 안구 질환이 있는 경우
- 시력교정술은 질환 치료보다 우선하지 않으므로 기저 안과 질환이 있으면 원칙적으로 비적응증
자주 묻는 질문
Q. 렌즈삽입술 후 각막내피세포가 줄어들면 무조건 제거해야 하나요?
A.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2,000개 아래로 떨어지면 경고 신호로 보지만, 각막 투명도에 이상이 없다면 관찰 주기를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해 추적하는 방식을 먼저 택합니다. 수치만이 아니라 각막의 실제 상태와 감소 속도를 함께 봐야 하므로 담당 의사와 지속적으로 상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에보 ICL(EVO ICL)과 구형 ICL은 뭐가 다른가요?
A. 가장 큰 차이는 렌즈 중앙의 구멍 유무입니다. 구형 ICL은 막힌 평면 렌즈라 방수의 흐름을 방해할 수 있었고, 이를 보완하려고 홍채에 레이저로 구멍을 뚫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에보 ICL은 렌즈 자체에 아쿠아 포트(Aqua Port)라는 구멍이 설계돼 있어 이 과정이 불필요해졌고, 녹내장 관련 우려도 크게 줄었습니다.
Q. 렌즈삽입술 후 운동이나 일상생활에 제한이 있나요?
A. 수술 다음 날부터 세수, 머리 감기, 가벼운 운동 모두 가능합니다. 콜라머 소재 자체가 탄성이 좋아 웬만한 충격에도 렌즈가 손상될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다만 수술 후 2주에서 한 달간은 음주를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눈 안에 이물질이 들어간 직후라 면역·염증 반응이 활성화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Q. 렌즈삽입술과 라식·라섹 중 어떤 게 시력의 질이 더 좋나요?
A. 일반적으로 렌즈삽입술의 시력 만족도가 더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라식·라섹·스마일은 각막을 직접 연마하는 방식이라 대비감도가 떨어지거나 안구건조증이 생길 수 있는 반면, ICL은 각막을 건드리지 않고 해부학적 구조 그대로 렌즈만 삽입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동공이 큰 분들에게 ICL의 넓은 광학부가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Q. 렌즈삽입술 부작용이 생겼을 때 증상이 있나요?
A. 각막내피세포 감소는 세포 수가 극히 낮아져 각막이 붓기 전까지 본인이 자각하기 어렵습니다. 이것이 정기검진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수술 후 1년에 한 번 이상 각막내피세포 촬영을 포함한 정밀 검사를 꾸준히 받는 것이, 부작용을 조기에 발견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입니다.

결론
언니 옆에서 수술 전후를 지켜보면서 제가 느낀 건 하나였습니다. 의사가 "빼면 됩니다"라고 말할 때, 그 말의 무게를 오롯이 받아내는 사람은 환자라는 것입니다. 렌즈삽입술은 분명히 고도근시 환자에게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수술입니다. 하지만 그 편리함은 눈 안에 영구적인 이물질을 두는 조건 위에 성립합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수술을 말리려는 게 아닙니다. 수술을 결정하기 전에 "15년 후의 정기검진까지 내가 관리할 준비가 돼 있는가"를 한 번은 진지하게 생각해보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수술 전 정밀 검사, 수술 후 정기적인 각막내피세포 추적, 이상 징후가 생겼을 때의 빠른 대처, 이 세 가지가 렌즈삽입술을 선택했다면 평생 함께 가져가야 할 루틴이라는 것을 언니의 경험을 통해 직접 배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