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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에서 하루에도 수십 명씩 어지럽다며 실려 오는 환자를 봅니다. 그런데 같은 '어지럼증'이라도 집에서 하루 쉬면 되는 경우와, 단 몇 분이 생사를 가르는 경우가 완전히 다릅니다. 저는 그 차이를 응급실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나서야 어지럼증을 절대 가볍게 보지 않게 됐습니다.

 



귀에서 오는 어지럼증, 생각보다 훨씬 다양합니다

어지럼증의 원인 중 가장 흔한 것이 귀 문제라는 말을 들으면 처음엔 의아하게 느껴지실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귀 안에는 전정기관이라는 구조가 있는데, 여기서 전정기관이란 머리의 기울기와 움직임을 감지해 뇌로 전달하는 균형 감각 기관을 말합니다. 이 기관에 문제가 생기면 눈도 뜨기 힘든 어지럼증이 찾아오게 됩니다.

대표적인 귀 질환 세 가지를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이석증은 귀 안에 있는 작은 칼슘 결정, 즉 이석이 제자리를 벗어나 반고리관 안을 돌아다니는 상태입니다. 여기서 반고리관이란 머리 회전을 감지하는 귀 속 구조물로, 이석이 이 안에서 자극을 주면 극심한 어지럼증이 수 초에서 1분 이내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패턴을 보입니다. 저의 사촌 언니가 이석증을 앓았는데, 고개를 살짝 돌리기만 해도 세상이 뒤집히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결국 5kg 이상 살이 빠질 정도로 밥도 제대로 못 먹었고, 이비인후과에서 이석 정복술을 받고 나서야 조금씩 회복됐습니다.

전정신경염은 이석증과 달리 가만히 있어도 빙빙 도는 어지럼증이 며칠씩 지속되는 질환입니다. 전정기관 자체에 염증이 생기는 것으로, 급성기에는 거의 누워서 꼼짝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메니에르병은 귓속 내림프액의 압력 이상으로 발생하며, 어지럼증과 함께 이명, 청력 저하, 귀 먹먹함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여기서 내림프액이란 귀 속 달팽이관과 전정기관을 채우는 액체로, 이 순환이 무너지면 여러 청각·균형 증상이 한꺼번에 나타납니다.

일반적으로 귀에서 비롯된 어지럼증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제 경험상 이석증도 반복되거나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면 일상 자체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사촌 언니 케이스가 딱 그랬습니다. 단순히 '잠깐 어지러운 것'으로 넘기지 말고, 패턴이 반복된다면 반드시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 이석증: 체위 변환 시 1분 이내 어지럼증 발생, 이석 정복술로 호전 가능
  • 전정신경염: 가만히 있어도 며칠간 지속되는 회전성 어지럼증
  • 메니에르병: 어지럼증 + 이명 + 청력 저하가 수 시간씩 반복 (출처: American Academy of Ophthalmology)
요약: 귀에서 오는 어지럼증은 이석증·전정신경염·메니에르병이 대표적이며, 치명적이지 않더라도 반복된다면 전문 진료가 필수입니다.

 

뇌가 원인일 때는 분 단위로 판단해야 합니다

뇌졸중으로 어지럼증이 생긴다는 걸 모르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어지럼증 하면 귀나 빈혈을 먼저 떠올리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응급실에서 실제로 다른 상황을 마주한 적이 있습니다. 어지럼증을 주 증상으로 내원한 환자가 MRI를 찍었더니 소뇌 경색, 즉 소뇌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뇌세포가 손상된 뇌경색이 확인됐고 바로 입원 치료로 이어진 경우였습니다. 그 환자를 보고 나서 저는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환자를 볼 때마다 더 예민하게 신경을 쓰게 됐습니다.

뇌졸중이란 뇌혈관이 막히거나(뇌경색) 터지면서(뇌출혈) 뇌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뇌는 5분만 혈액 공급이 중단돼도 뇌세포가 돌이킬 수 없이 손상되기 시작합니다. 이 때문에 골든타임, 즉 증상 발생 후 최대한 빠른 시간 내 병원에 도착해 치료를 받는 것이 예후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됩니다. 대한뇌졸중학회는 증상 발생 후 3~4.5시간 이내 혈전용해제 투여가 가능한 경우 회복률이 현저히 높아진다고 강조합니다 (출처: 대한뇌졸중학회).

뇌 문제로 인한 어지럼증에는 귀 문제와 구분되는 신경학적 증상들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쪽 얼굴이나 팔다리에 마비 혹은 감각 이상이 생기거나, 사물이 두 개로 겹쳐 보이는 복시가 나타나거나, 말이 어눌해지거나, 혼자서는 도저히 일어서거나 걷지 못할 정도의 심한 자세 불안이 있다면 뇌졸중을 강하게 의심해야 합니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부분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잠깐 어지러운 것뿐인데 119를 부르는 건 오버 아닌가"라고 여기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뇌졸중의 전조증상인 일과성 뇌허혈 발작(TIA)은 몇 분 만에 저절로 사라지기도 합니다. 여기서 TIA란 뇌혈관이 일시적으로 막혔다가 풀리면서 신경 증상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상태로, 이 자체가 본격적인 뇌졸중의 강력한 경고 신호입니다. 증상이 사라졌다고 안심하고 기다리다가 수 시간 내 뇌졸중으로 진행하는 경우를 응급실에서 실제로 봐왔습니다. 고혈압, 당뇨, 심장 질환 같은 위험인자가 있는 분이라면 더더욱 망설임 없이 119를 불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약: 어지럼증에 복시·마비·발음 이상이 동반되거나, 위험인자가 있는데 갑자기 어지럽다면 즉시 119를 불러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어지러울 때 빈혈이나 영양 부족 때문인 경우는 없나요?

A. 많은 분들이 어지러우면 빈혈을 먼저 의심하는데, 실제 임상에서는 빈혈이나 영양 부족이 어지럼증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문 편입니다. 어지럼증의 원인을 귀, 뇌, 정신적 문제 세 가지로 구분해 접근하는 것이 훨씬 정확한 진단에 가깝다고 봅니다. 빈혈 수치가 약간 낮다고 어지럼증이 생기는 건 아닌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Q. 어지럼증이랑 구역질이 같이 오면 체한 건가요?

A. 어지럼증에 구역·구토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서 체했다고 오해하는 분들이 꽤 계신데, 이 구역·구토는 어지럼증의 원인이 아니라 동반 증상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전정신경염처럼 귀 문제로 인한 어지럼증에서도 격렬한 구토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소화제를 먹고 나아졌다는 생각이 드는 시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게 시간이 지나면서 증상이 완화된 것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Q. 이석증은 스스로 치료할 수 있나요?

A. 이석증에는 이석 정복술이라는 체위 교정 치료가 효과적입니다. 에플리 기법 같은 방법을 집에서 따라 하는 분들도 있고 실제로 호전되기도 하지만, 어느 귀의 어느 반고리관에 이석이 있는지를 먼저 정확히 진단받아야 올바른 방향으로 치료가 가능합니다. 잘못된 방향으로 반복하면 오히려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니, 처음에는 이비인후과 전문의에게 진단을 받고 치료 방향을 잡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Q. 어지럼증이 뇌졸중인지 귀 문제인지 증상만으로 구별할 수 있나요?

A. 증상만으로 정확히 구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 실용적인 기준은 복시, 발음 이상, 한쪽 마비 같은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되는지 여부입니다. 또 세상이 도는 느낌인지 내 몸이 붕 뜨는 느낌인지 구분해서 의사에게 전달하면 감별 진단에 도움이 됩니다. 저도 응급실에서 환자에게 이 두 가지를 꼭 먼저 물어봅니다.

 

결론

솔직히 저는 어지럼증을 심하게 겪어본 적이 없어서 그 괴로움을 온전히 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응급실에서 눈도 제대로 못 뜨고 실려 오는 환자들을 보면서, 그리고 사촌 언니가 이석증으로 한동안 일상 자체가 무너지는 걸 옆에서 보면서, 어지럼증이 단순한 피로 증상이 아닐 수 있다는 걸 더 분명히 알게 됐습니다.

어지럼증의 예방은 원인 자체가 너무 다양해서 '이것만 하면 됩니다'라고 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그보다 중요한 건 자주 어지럽다면 원인을 찾아서 그에 맞는 치료를 받는 것이고, 복시·마비·발음 이상이 함께 온다면 망설이지 말고 119를 부르는 것입니다. 그 몇 분의 차이가 예후를 완전히 바꿀 수 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c5BXQwxS9MQ&t=35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