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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복시 증상은 뇌경색이나 뇌동맥류 같은 신경계 응급 상황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저도 얼마 전 아버지에게 이 증상이 생겼을 때 응급실 간호사로 일하는 제 손이 먼저 전화기를 집었습니다. 단순한 눈의 피로라고 넘겼다가는 정말 큰일 날 수 있는 증상이 바로 복시입니다.



양안복시와 단안복시, 한쪽 눈을 가리는 것만으로 구별됩니다

응급실에서 일하다 보면 "사물이 두 개로 보인다"며 오시는 분들을 꽤 자주 마주합니다. 그분들 대부분은 눈이 문제인 줄 알고 안과를 먼저 가야 하나 고민하며 오시는데, 제 경험상 이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입니다. 복시는 크게 두 눈 모두에서 생기는 양안복시(binocular diplopia)와 한쪽 눈에서만 생기는 단안복시(monocular diplopia)로 나뉩니다. 여기서 양안복시란 양쪽 눈이 각각 다른 위치에서 상을 맺어 뇌에서 합쳐지지 않을 때 발생하는 것을 말하고, 단안복시란 한쪽 눈 자체의 구조적 이상으로 상이 중복되어 보이는 것을 뜻합니다.

구별법은 단순합니다. 한쪽 눈을 손으로 가려보는 것입니다. 가렸을 때 두 개로 보이던 것이 하나로 돌아온다면 양안복시, 여전히 두 개 혹은 여러 개로 보인다면 단안복시입니다. 왼쪽과 오른쪽 눈을 번갈아 가리며 양쪽 모두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도 아버지가 증상을 설명할 때 전화 너머로 이 방법을 먼저 알려드렸습니다.

양안복시는 눈을 움직이는 뇌신경, 즉 제3번·제4번·제6번 뇌신경 중 하나에 문제가 생겼을 때 나타납니다. 여기서 뇌신경 마비란 뇌에서 눈 근육으로 이어지는 신경 경로가 손상되어 한쪽 눈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 경우 두 눈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지 못하니 뇌로 들어오는 두 영상의 위치가 어긋나 사물이 겹쳐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원인으로는 뇌졸중, 뇌종양, 뇌동맥류 등이 있고, 모두 즉각적인 처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출처: American Stroke Association).

반면 단안복시는 굴절 이상(근시·난시·원시), 백내장, 황반변성, 망막박리, 원추각막 등 눈 자체의 문제에서 비롯됩니다. 상대적으로 덜 긴박하긴 하지만 갑자기 생긴 단안복시라면 안과 진료를 서둘러야 합니다. 집에서 간단히 확인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종이에 작은 구멍을 뚫고 그 구멍을 통해 사물을 보았을 때 복시가 사라진다면 굴절 이상일 가능성이 높고, 개선이 없다면 망막 등 더 깊은 원인을 의심해야 합니다.

  • 한쪽 눈을 가렸을 때 하나로 보이면 → 양안복시 (신경과 응급 가능성)
  • 한쪽 눈을 가려도 여전히 두 개 이상으로 보이면 → 단안복시 (안과 진료 우선)
  • 복시와 함께 말 어눌함·팔다리 힘 빠짐·극심한 두통이 동반되면 → 즉시 응급실
  • 복시가 저녁에 심해지고 눈꺼풀이 처진다면 → 중증근무력증 가능성 확인
요약: 한쪽 눈을 가려보는 것만으로 양안복시와 단안복시를 구별할 수 있고, 양안복시가 갑자기 생겼다면 뇌 관련 응급 상황일 수 있으므로 즉시 병원으로 가야 합니다.

 

아버지의 복시가 뇌동맥류로 이어진 날, 응급실 간호사인 저도 흔들렸습니다

얼마 전 밤, 아버지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저녁 산책 중 갑자기 사물이 두 개로 보여서 안경을 벗고 어지러움을 참으며 겨우 집까지 돌아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들었을 때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이제 증상이 없어졌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씀하셨지만, 저는 응급실에서 복시를 호소하다가 뇌경색으로 진단되는 분들을 너무 많이 봐왔기 때문에 그냥 넘길 수가 없었습니다.

다음날 바로 MRI와 MRA 검사를 받게 했습니다. 여기서 MRA(자기공명혈관조영술, Magnetic Resonance Angiography)란 뇌혈관의 구조를 입체적으로 촬영해 협착이나 동맥류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를 말합니다. 결과는 "지금 당장 막힌 부분은 없다"는 소견이었고 저는 안도했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아주 작은 뇌동맥류(cerebral aneurysm)가 발견된 것입니다. 뇌동맥류란 뇌혈관 벽의 일부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로, 파열될 경우 지주막하출혈로 이어질 수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당장 문제가 되는 크기는 아니지만 1년마다 추적 검사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아버지의 증상은 일과성 허혈 발작(TIA, Transient Ischemic Attack)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과성 허혈 발작이란 뇌로 가는 혈류가 일시적으로 막혔다가 수 분에서 수 시간 안에 자연 회복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문제는 많은 분들이 증상이 사라지면 그냥 넘어간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TIA는 뇌경색의 강력한 전조 신호입니다. 대한뇌졸중학회에 따르면 TIA 이후 90일 이내에 뇌경색이 발생할 위험은 약 10~15%에 달합니다(출처: 대한뇌졸중학회). 증상이 없어졌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절대 아닌 것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아버지가 평소 건강에 자신이 있으셨기 때문에 검사를 권유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복시라는 하나의 증상이 뇌혈관 상태 전반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고, 뇌동맥류까지 미리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제 경험상 몸이 한 번 보내는 경고 신호는 절대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됩니다. 증상은 사라졌어도 원인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요약: 복시 증상이 일시적으로 사라져도 TIA나 뇌동맥류처럼 심각한 원인이 숨어 있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MRI·MRA 영상 검사를 통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복시 증상이 생겼다가 금방 사라지면 그냥 지켜봐도 되나요?

A.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증상이 사라진 것처럼 보여도 일과성 허혈 발작(TIA)일 수 있고, 이는 뇌경색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전조 신호입니다. 제 아버지도 증상이 없어진 상태였지만 검사에서 뇌동맥류가 발견되었습니다. 증상이 사라졌더라도 반드시 신경과나 응급실을 방문해 영상 검사를 받는 것이 맞습니다.

 

Q. 복시가 생기면 안과를 가야 하나요, 신경과를 가야 하나요?

A. 먼저 한쪽 눈을 가려보는 테스트를 해보시는 것이 순서입니다. 가렸을 때 하나로 보이는 양안복시라면 신경과 또는 응급실로 가야 하고, 가려도 여전히 여러 개로 보이는 단안복시라면 안과 진료를 받으시면 됩니다. 응급실에서는 양안복시 환자에게 신경과와 안과 협진을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복시와 함께 어떤 증상이 있을 때 바로 응급실로 가야 하나요?

A. 복시와 함께 말이 어눌해지거나,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극심한 두통이 갑자기 생기거나, 어지럼증이나 의식 저하가 동반된다면 즉시 응급실로 가야 합니다. 이런 복합 증상은 뇌졸중이나 뇌출혈의 신호일 수 있어 단 몇 분의 지연도 예후에 큰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Q. 편두통이 있는데 가끔 사물이 흐릿하게 여러 개로 보입니다. 이것도 복시인가요?

A. 편두통성 복시로 볼 수 있습니다. 편두통의 시각 전조 증상으로 사물이 두 개가 아닌 여러 개로 흐릿하게 보이는 경우가 있고, 보통 몇 시간 내에 자연스럽게 회복됩니다. 이 경우 한쪽 눈을 가려도 증상이 유지되는 단안복시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처음 겪는 증상이라면 다른 원인을 배제하기 위해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결론

복시는 단순히 눈이 피곤해서 생기는 증상이 아닐 수 있습니다. 제가 응급실에서 직접 보아온 것처럼, 갑작스러운 복시는 뇌경색이나 뇌동맥류처럼 생명과 직결되는 질환의 첫 신호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한쪽 눈을 가려보는 간단한 동작 하나가 응급실로 가야 할지 안과로 가야 할지를 판단하는 결정적인 단서가 됩니다.

제 아버지의 경우를 돌이켜보면, 그날 밤 증상이 사라졌다는 이유로 그냥 넘겼다면 뇌동맥류는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채 있었을 것입니다. 몸이 보내는 경고는 증상이 없어진 후에도 유효합니다. 복시가 생겼다면, 설령 금방 좋아졌더라도 반드시 신경과 진료와 영상 검사를 통해 원인을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i5cw0Luob5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