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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수미 씨의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에 사인으로 지목된 것이 바로 고혈당 쇼크였습니다. 응급실에서 일하다 보면 이 상태로 실려 오는 환자를 1년에도 여러 번 직접 마주칩니다.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혈당이 600, 700을 넘어서도 스스로 위기라는 걸 모르는 분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았거든요.
응급실에서 마주한 고혈당 쇼크의 현실
응급실에서 당뇨 조절 실패로 실려 오는 환자를 제가 직접 봐온 지 꽤 됐습니다. 그중에서도 유독 기억에 남는 경우가 있었는데, 투약을 꾸준히 잘 하시던 60대 어르신이 갑자기 의식이 흐릿한 상태로 들어오신 때였습니다. 혈당 수치가 800을 훌쩍 넘었는데도 정작 본인은 "좀 피곤한 것 같아서 왔다"고 말씀하셨죠.
이 상태를 의학적으로는 HHS(Hyperosmolar Hyperglycemic State)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HHS란, 혈당이 극단적으로 높아진 상태에서 몸속 삼투압 균형이 무너져 심각한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이 동시에 발생하는 당뇨병의 급성 합병증을 의미합니다. 당뇨병성 망막병증이나 말초신경병증처럼 수년에 걸쳐 서서히 찾아오는 만성 합병증과는 성격 자체가 다릅니다. 빠르면 하루 이틀 사이에 의식 소실과 심정지까지 이를 수 있는 상황이니까요.
제 경험상 HHS는 주로 60세 이상의 2형 당뇨 환자에서 많이 발생합니다. 노인 환자의 경우 갈증 반응이 둔화되어 있어서 몸이 물을 필요로 해도 제때 수분을 섭취하기 어렵습니다. 혈당이 오르면서 소변으로 당을 배출하려는 우리 몸의 방어 반응이 오히려 심각한 탈수를 불러오는데, 이 악순환을 스스로 막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제가 현장에서 느낀 현실입니다.
실제로 HHS 환자의 전체 사망률은 5~15%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출처: American Diabetes Association). DKA(당뇨병성 케톤산혈증), 즉 주로 10~40대의 1형 당뇨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다른 급성 합병증의 사망률이 1% 미만인 것과 비교하면 HHS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 HHS: 주로 60세 이상 2형 당뇨 환자, 사망률 5~15%
- DKA(당뇨병성 케톤산혈증): 주로 10~40대 1형 당뇨 환자, 사망률 1% 미만
- 공통점: 모두 혈당 조절 실패로 인한 급성 합병증이며 즉각적인 응급 처치 필요
혈당 500이 넘어도 모르고 있는 이유
응급실에서 일하면서 제가 가장 당혹스러웠던 순간은, 혈당이 600~700을 넘은 상태로 실려 온 환자 보호자가 "그냥 좀 멍하게 있길래 데려왔어요"라고 말할 때였습니다. HHS로 진행되기 전에는 분명히 전조 증상이 있는데, 그걸 단순한 노화나 피로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HHS에 앞서 나타나는 전조 증상은 다뇨(多尿), 다음(多飮), 다갈(多渴), 그리고 의도치 않은 체중 감소 이 네 가지입니다. 다뇨란 소변을 비정상적으로 자주, 많이 보는 상태를 말하고, 다음은 물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게 되는 현상, 다갈은 극심한 갈증을 의미합니다.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한 달 사이에 5~6kg 이상 체중이 빠지는 경우도 제가 직접 봤습니다.
문제는 30~40대 환자들입니다. 제 경험상 이 연령대는 자신이 당뇨라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 채로 오는 경우가 상당합니다. 살이 빠지는 걸 오히려 좋아하고, 목이 마른 것은 날씨 탓으로 돌리다가 결국 혈당 조절 불가 상태에서 응급실로 오게 되는 거죠.
고삼투압 상태(Hyperosmolarity), 즉 혈중 삼투압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상태가 되면 세포 안의 수분이 빠져나오면서 뇌세포를 포함한 신경세포까지 손상을 받습니다. 이 때문에 섬망(Delirium), 그러니까 갑자기 헛소리를 하거나 주변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는 의식 혼탁 상태가 나타나게 됩니다. 스트레스나 감염, 염증 같은 외부 자극이 갑자기 인슐린 저항성을 폭발적으로 높여 혈당을 급격히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출처: National Library of Medicine). 평소 투약을 잘 유지하던 사람도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면 갑자기 HHS가 발생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응급실에서의 대처와 평소 예방이 결국 핵심
HHS 환자가 응급실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하는 것이 수액 투여입니다. 체내 삼투압(Osmolality), 즉 혈액 속에 녹아 있는 용질의 농도 균형을 빠르게 되돌려야 하기 때문에 정맥을 통해 대량의 수액을 신속하게 투여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입니다. 이 과정에서 차가운 수액이 한꺼번에 들어가면 저체온증이 올 수 있어 담요로 체온을 유지하면서 진행합니다.
그다음으로 인슐린 수액을 병행합니다. 인슐린(Insulin)이란 췌장에서 분비되어 혈중 포도당을 세포 안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는 호르몬으로, HHS 상태에서는 이 기능이 사실상 무너진 상태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직접 공급해 혈당을 빠르게 낮춰주어야 합니다. 시간이 핵심입니다. 응급 처치가 시작되어도 이미 신체 기능이 너무 많이 망가진 경우에는 버티지 못하고 사망에 이르는 사례를 제가 직접 경험했습니다.
예방의 관점에서 보면, 가장 중요한 건 결국 당뇨병을 방치하지 않는 것입니다. 자가 혈당 측정기를 써서 공복 혈당과 식후 혈당을 꾸준히 확인하고, 수치가 반복적으로 높게 나온다면 주치의와 치료 방향을 다시 상의해야 합니다. 하루 수분 섭취량도 중요한데, 생수나 보리차 같은 맑은 물 기준으로 1.5L 이상을 목표로 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화장실 가기 귀찮다고 소변을 참는 습관도 위험합니다. 소변으로 당을 배출하는 것 자체가 몸의 방어 작용이니까요.
자주 묻는 질문
Q. 고혈당 쇼크는 당뇨가 있는 사람만 걸리나요?
A. 일반적으로는 당뇨병이 없는 사람에게는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HHS는 혈당 조절 기능 자체에 문제가 생긴 상태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당뇨병 진단을 받은 분들, 특히 고령의 2형 당뇨 환자에서 발생 위험이 훨씬 높습니다. 다만 본인이 당뇨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HHS로 처음 응급실에 오는 경우도 제가 실제로 여러 번 봤습니다.
Q. 당뇨약을 꾸준히 먹고 있어도 고혈당 쇼크가 올 수 있나요?
A. 안타깝게도 그렇습니다. 평소 투약을 잘 유지하던 분도 극심한 스트레스, 갑작스러운 감염, 심한 염증 상태 등이 겹치면 인슐린 저항성이 폭발적으로 높아지면서 혈당이 급격히 오를 수 있습니다. 투약 중이라도 몸 상태가 갑자기 달라졌다 싶을 때는 혈당을 바로 측정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Q. 혈당이 얼마나 높아야 응급실에 가야 하나요?
A. 혈당 수치만으로 기준을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경험한 바로는 수치보다 증상이 더 중요합니다. 혈당이 높은 상태에서 의식이 흐릿하거나 섬망 증상이 보이고, 극심한 갈증과 함께 소변량이 비정상적으로 많아졌다면 수치와 무관하게 즉시 응급실을 방문해야 합니다.
Q. HHS와 DKA는 어떻게 다른가요?
A. 둘 다 당뇨병의 급성 합병증이지만 발생 대상과 특징이 다릅니다. DKA는 주로 10~40대 1형 당뇨 환자에서 나타나고 산증(혈액이 산성화되는 상태)이 동반되는 반면, HHS는 60세 이상 2형 당뇨 환자에서 많이 나타나고 산증 없이 극단적인 고혈당과 심각한 탈수가 핵심입니다. 사망률도 HHS가 더 높아 5~15%에 달합니다.

결론
배우 김수미 씨의 소식을 접하면서 응급실에서 마주했던 수많은 장면들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고혈당 쇼크, 즉 HHS는 예고 없이 갑자기 찾아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앞에는 늘 오랜 시간 무시당한 신호들이 있었습니다. 다뇨, 다음, 다갈, 체중 감소. 이 네 가지 중 하나라도 최근 몸에서 느껴진다면 지금 당장 혈당을 측정해보는 것이 맞습니다.
당뇨는 관리하는 병이지, 방치하는 병이 아닙니다. 제가 응급실에서 직접 겪어보니, 제때 병원을 찾았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경우가 너무 많았습니다. 자가 혈당 측정, 충분한 수분 섭취, 그리고 이상 신호가 반복될 때 주저하지 않고 주치의를 찾는 것, 이 세 가지가 결국 고혈당 쇼크를 막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